연초 고점 대비 20%가량 하락
7월 거래량도 1월 대비 40% 그쳐
2조9000억원 모은 벤처펀드
자금 74%가 사모펀드에 집중
시장 활성화보다 기업 지원만
“보물선 등 시장 자체 신뢰 잃어
추가 대책 없으면 반전 힘들 듯”
회사원 안모(42)씨는 지난 1월 코스닥 시장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 당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통한 자본시장 혁신방안’을 발표한 게 계기였다. 이후 정부는 코스닥 펀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에게 소득공제(투자금의 10%) 혜택을 부여하는 ‘코스닥 벤처펀드’를 내 놨고 주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 확대 적극 유도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씨는 ‘정부가 나서 코스닥을 띄우겠다고 하니 적어도 손해 볼 일을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엔 분위기가 좋았다. 올 초 코스닥 지수는 한 달 만에 100포인트 이상 올라 900선도 뚫고 치솟았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이후 코스닥 지수는 다시 800대로 내려 앉았고 이달 들어서는 800선도 붕괴됐다. 안씨가 산 종목도 6개월만에 반토막이 났다.
안씨처럼 정부 말만 믿고 코스닥에 뛰어든 개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이 연초 고점 대비 20% 가까이 하락하며 곡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인위적인 증시 부양책에 애꿎은 개미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25일 748.89를 기록했다. 연중 최저치다. 장중에는 744.1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 1월30일 장중 932.01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19.6%나 떨어진 셈이다.
거래도 메말랐다. 7월 코스닥 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3조4,736억원으로, 1월(8조6,681억원)의 40% 수준이다.
연초만 해도 코스닥 시장엔 장밋빛 전망이 넘쳤다. 특히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은 개인 투자자를 코스닥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실제로 올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은 2조7,282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4,109억원어치, 외국인은 4,64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정부 정책에 기댄 개인만 계속 매수를 한 셈이다.
지난 4월 출시된 코스닥 벤처펀드도 지난 12일 기준 2조9,619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그러나 24일 기준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12개 중 11개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다. 개미들의 속은 숯덩이가 됐다. 코스닥 벤처펀드 자금 중 74.2%인 2조1,838억원이 사모펀드에 집중된 것도 문제다. 사실상 혁신ㆍ벤처기업들을 지원하고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는 쓰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정책 발표 직후 발표한 코스피ㆍ코스닥 통합지수인 KRX 300 지수도 기대에 못 미쳤다. 연기금과 기관의 자금을 코스닥으로 끌어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지금 이 지수를 투자에 활용하는 기관은 우정사업본부가 유일하다.
코스닥의 추락은 근본적인 실적 개선 없이 유동성 만으로 지수를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3.69배 수준이었던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해 실적이 반영된 5월부터 40배를 넘어서며 24일 기준 40.48배를 기록했다. 코스피 PER이 12.99배에서 10.82배로 낮아진 것과 대조된다.
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감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라정찬 네어처셀 대표가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되고, 실체가 불확실한 ‘보물선’ 관련주가 등장하는 등 코스닥 시장 자체가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에도 금감원의 바이오기업 테마감리 결과가 8월 초 나올 것이라는 풍문이 돌면서 셀트리온헬스케어와 메디톡스, 신라젠 등 시총상위 바이오주가 5% 이상 급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닥 시장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주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와 신뢰가 꺾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이나 공제회가 코스닥 투자 자금 집행을 늘리거나 정부가 구체적인 추가 대책을 내놓을 때까진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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