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 병원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신념의 대립을 예리하게 파고들며 몰입감을 선사했다.
지난 24일 방송한 JTBC 월화드라마 ‘라이프’는 상국대학병원에 메스를 꺼내든 구승효(조승우)와 반격에 나선 예진우(이동욱)의 모습이 그려지며 상국대학병원 낙산의료원 파견 사업의 전모가 드러났다.
이날 구승효가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파견제도 도입을 결정했던 것이 밝혀졌다. 사망하기 전 병원장 이보훈(천호진)은 언론에 알려서라도 파견을 막겠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구승효와 부원장 김태상(문성근)은 이보훈이 의문의 죽음을 맞자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와 평가지원금 문제까지 덮으며 파견을 추진하려 했다.
상국대학병원을 수술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구승효는 의료진을 상대로 일당백의 설전을 펼쳤다. “서울 사람의 두 배가 넘는 엄마들이 수도권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어가고 있다”, “이 땅의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 공공재. 내가 지금 공공재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까?” 등 의사들의 항변을 논리적으로 무너뜨렸다.
다만 “흑자가 나는 과는 그럼 파견 대신 돈으로 된다는 뜻입니까?”라며 폐부를 찌르는 예진우의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 이에 구승효는 “달라질 건 이중 몇몇의 근무지뿐입니다”라고 상황을 정리하면서도 예진우를 주목했다.
반면 예진우는 파견 사업의 숨겨진 속내를 파헤치기 위해 움직였다. 각 과별 매출평가액 표에 담긴 숫자는 파견 대상으로 지목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료센터가 가장 많은 적자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켰다. 이후 병원 게시판에 사망한 이보훈의 이름으로 매출평가액 표와 ‘인도적 지원 아닌 자본 논리에 의한 퇴출’이라는 글이 올라오며 상국대학병원에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았다. “밀월관계 끝났다”며 본사 구조실을 불러들인 구승효와 예진우의 엇갈린 표정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이날 조승우는 신념이 아닌 이권과 오로지 챙기며 숫자만 생각하는 기업가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특히 그가 날카롭게 주장을 펼치는 의사들과 일당백으로 논리를 하나씩 깨부수는 논쟁의 연기는 역시 조승우 였다.
한편 '라이프'는 우리 몸 속에서 일어나는 격렬한 항원항체 반응처럼, 지키려는 자와 바꾸려는 자의 신념이 병원 안 여러 군상 속에서 충돌하는 의학드라마다.
진주희기자 mint_peac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