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심리지수가 두 달 연속 낙폭을 키우며 급락했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 고용 부진, 주가 하락 등 복합적 악재가 소비 심리를 냉각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과 함께 하반기 경기 회복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던 민간소비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기 둔화 우려도 한층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105.5)보다 4.5포인트 하락한 101.0을 기록했다. 직전 최저치인 지난해 4월(100.8)에 근접한 수치다. 낙폭은 최순실 사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이 겹쳤던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컸다. 앞서 지난달 CCSI 하락폭(2.4포인트)도 재작년 11월 이후 최대였는데, 이달은 그보다 두 배 가까이 낙폭이 커진 것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는 모두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 지수가 9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고, 현재경기판단 지수도 7포인트 떨어졌다. 현재생활형편 지수은 3포인트, 나머지 3개 지수(생활형편전망,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은 각각 2포인트 하락했다. 기타 지수 중에는 취업기회전망(-6포인트)과 임금수준전망(-1포인트) 지수가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미중 무역갈등 심화, 고용 지표 등의 부진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유가 상승, 주가 하락 등으로 소비심리가 전반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5월 전년동기 대비 7만2,000명 증가에 그치며 ‘고용 쇼크’를 일으켰던 취업자 수는 지난달에도 10만 6,000명 증가에 그쳤다. 지난 6일 상대국 수입품 340억달러어치에 각각 관세를 매기며 현실화된 미중 무역분쟁은 미국이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확전 양상이다.
CCSI는 민간소비 흐름을 3개월가량 앞서 보여주는 선행지표다. 생산, 고용 지표가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과 함께 하반기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되던 소비마저 경보음을 울리는 형국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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