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치심 없는 정치인 많아” 노회찬 비극이 던진 메시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치심 없는 정치인 많아” 노회찬 비극이 던진 메시지

입력
2018.07.25 04:40
수정
2018.07.25 09:24
4면
0 0

 # 

 “盧대통령 생각 나” 동정론 확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에 숨었던 

 일부 구태 정치인들 행태와 대비 

 “국민들 정치적 환멸 느끼고 있어” 

 

 # 

 “진보진영도 자기반성” 지적도 

 남들에겐 도덕적 잣대 들이밀고 

 자신에겐 관대한 진보 정치인들 

 “도덕적 허상에서 깨어나라” 경고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가 마련된 2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

투신 사망한 진보 정치권의 대표주자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빈소에는 자신과 진보진영의 명예에 해를 끼쳤다는 듯 스스로 삶을 마감한 고인을 안타까워하는 동정론이 두드러진다. ‘노회찬보다 훨씬 많은 부정한 돈을 받고도 부끄러움은커녕 멀쩡하게 사는 정치인들이 많다’는 냉소적 국민정서가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노 원내대표의 희생이 정치권에 던지는 메시지는 간명하다. 도덕성에 둔감한 퇴행적 정치인들에겐 정치인의 책임의식과 윤리를 되찾아야 한다는 명령이고, 남한테 높은 도덕적 잣대를 들이면서도 자신에겐 관대했던 진보진영의 일부 정치인들에겐 도덕적 우월감의 허상에서 깨어나라는 경고다.

24일 빈소를 찾은 한 시민이 정의당에 전달한 손편지에는 “진작에 후원을 좀 제대로 할 걸, 얼마나 안타까운지…”라는 대목이 적혀 있었다. 또 다른 편지에는 “무거운 짐 짊어지게 해서 미안해요. 어려움 외면해서 미안해요”라는 회한도 담겨 있었다. 진보의 아이콘인 노 원내대표가 비록 정치자금의 굴레를 피해가지는 못했지만,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책임지는 자세에서 동정의 마음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치 측근과 가족들의 비리로 코너로 몰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엉이 바위에서 투신함으로써 모든 책임을 안고 가자, 도리어 전국민적인 추모 열풍이 인 것과 비슷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날 빈소를 찾은 한 시민은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셨을 때가 생각나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특히 ‘노회찬 추모’의 열기는 그의 죽음이 일부 구태 정치인들이 수억~수십 억 원의 부정한 돈을 받고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하기는커녕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의 그늘에 숨기에 급급했던 행태와 확연히 대비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원유철 등등 보수진영의 많은 정치인들이 방탄국회까지 열어 정치적으로 연명하려고 하고, 유죄가 선고되어도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에 국민들은 정치적 환멸을 느끼고 있다”면서 “노회찬 사망에 정치권은 정말로 느끼는 게 없을까”라며 혀를 찼다.

노 원내대표가 속했던 진보진영에서도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 치열한 자기반성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 원내대표가 투신 자살로 던진 또 하나의 메시지는 진보 정치인 역시 엄격한 도덕적 책임성에 있어 항상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은 “극단적인 선택은 평소 노 원내대표의 도덕성과 깨끗함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진보 정치권에도 경종을 울렸다”면서 “보수 진영에 비해 돈과 관련한 문제에 민감하고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 때문에 본인의 실수에 대한 심적 고뇌와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헤아렸다. 4년 동안 상임위를 함께한 여권 인사는 “깨끗함을 생명처럼 여기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유서에서 일부 시인한 정치자금 수수 사실을 놓고 ‘노회찬 너마저’라는 책망은 거의 안 나오는 것 같다”면서도 “이번 상처와 아픔을 통해 각자 자기 정치를 복기해보는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