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구마가야시 41.1도 기록
도쿄 관측 이래 첫 40도 돌파
지난주 열사병 구급이송 2만여명
사망자도 65명 달해 역대 최다
#고령자 가구 대상 전기요금 할인
SW업체 재택근무 적극 권장도
24일 오후 일본 도쿄(東京)의 대표적 오피스가인 도쿄역 주변.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거리가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지만 계속된 폭염 탓인지 밖에서 점심식사를 하러 나오는 직장인들이 적어 한산한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이날 도쿄 최고기온은 35도. 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도 양산을 들거나 손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쳤다.
도쿄역 인근 오테마치(大手町)의 통신회사에 다닌다는 도이 히로키(30)는 “너무 더워 에어컨 없이는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며 “잠을 설치다 보니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사무실에서 일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는 40대 여성은 “아이들과 부모님에게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이후에만 바깥 활동을 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열도가 유례 없는 폭염에 몸살을 앓고 있다. 23일 사이타마(埼玉)현 구마가야(熊谷)시의 최고기온은 일본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41.1도를 기록했고, 도쿄도 처음으로 40도를 넘었다. 5,000m 상공의 태평양 고기압과 1만5,000m 상공의 대륙지역 티베트 고기압이 만나 공기가 정체되면서 기온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도쿄, 사이타마현 등 간토(關東)지방은 푄현상까지 겹치면서 수온주가 무섭게 치솟고 있다. 기상청은 8월 상순까지 최고기온 35도 이상의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살인적 더위에 온열질환자들도 증가하고 있다. 이날 총무성 소방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16~22일 전국에서 열사병으로 병원에 구급이송된 환자는 2만 2,647명으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2.3배 급증한 수치로, 이 중 사망자도 65명에 달했다. 이와 별개로 이날 마이니치(每日) 신문은 자체집계를 근거로 18~23일 열사병 등 온열질환 추정 증세로 전국에서 94명이 숨졌으며, 이 중 90%가 60대 이상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은 무더위에 취약한 노약자의 실외활동을 자제시키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도쿄도 내 대다수 초등학교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수영 지도를 중단했다. 조후(調布)시는 23일부터 초등학교 20곳에서 수영 지도를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실내 수영장을 갖춘 1곳을 제외하고 모두 중지 결정을 내렸다. 옥외 수영장 3곳을 조사한 결과 그늘의 기온이 42도, 수온도 ‘온탕’ 수준인 32도였다. 수온이 높으면 땀을 흘려도 체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규슈(九州)전력은 23일 75세 이상 노인이 있는 가정을 대상으로 8, 9월분 전기요금을 10% 할인해 주는 상품을 내놨다. 고령자들이 전기요금을 걱정해 좀처럼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초ㆍ중학교에 에어컨 설치를 지원하고 여름방학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폭염은 직장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인포테리아는 19일부터 사원들에게 텔레워크(사무실 외의 장소에서 근무) 신청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오전 5시 기상청 예보를 기준으로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인 날에는 텔레워크 신청을 받는데 전국 각지에서 최고기온 40도 이상을 기록한 23일에는 도쿄 본사 직원의 20%가 텔레워크를 신청했다.
혹서(酷暑)수당을 지급하는 기업도 있다. 주택개조업체인 고령자주거환경연구소는 7~9월 평일에 한해 최고기온이 30도를 넘을 경우 400엔, 35도 이상일 경우 800엔의 혹서수당을 지급한다. 400엔은 생맥주 1잔 값을 기준으로 정했다. 고객과의 회의나 상담을 위해 하루 3~5가구 정도를 방문하는 외근 사원들을 격려하기 위함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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