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묘약’이라 불리는 페로몬(pheromone). 페로몬은 수많은 동물들이 같은 종끼리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분비하는 극소량의 화학 물질입니다. 호르몬이 한 개체의 신체 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면, 페로몬은 체외로 배출돼 다른 개체에게 신호를 전달하는 것이죠.
보통 동물들은 발정기 때 이 페로몬을 통해 짝짓기 상대를 탐색하게 됩니다. 강아지의 마킹이나 고양이의 스프레이처럼 주로 소변을 이용해 페로몬을 분출하죠. 동물 세계에서 수컷이 동성이 아닌 암컷에게만 성적 관심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페로몬의 영향 때문입니다.
동물들이 페로몬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건 야콥슨 기관이라고 불리는 보조 후각 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페로몬 냄새를 맡는 역할을 하는 야콥슨 기관은 주로 척추동물의 입천장이나 윗입술 등에 위치해 있어, 결국 입으로 냄새를 맡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거죠. 고양이의 냥충미가 돋보이는, 반쯤 입을 헤벌쭉 벌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표정은 플레멘 반응이라고 하는데, 야콥슨 기관을 통해 이성의 페로몬 냄새 등을 맡을 때 짓는 표정이랍니다. 심지어 수컷 기린은 페로몬 냄새를 맡기 위해 암컷 기린의 오줌을 마시기도 한다네요.
한편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는 탈리 킴치 신경생물학과 교수 연구진은 수컷 실험용 생쥐를 대상으로 페로몬을 감지하는 야콥슨 기관이 작동을 못 하도록 한 상태에서 성적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그랬더니 정상적인 수컷 생쥐는 암컷 생쥐에게만 관심을 보였지만, 야콥슨 기관이 작동하지 않는 수컷 생쥐들은 암컷뿐 아니라 수컷과의 짝짓기에도 비슷한 정도의 관심을 보였고, 다른 수컷들에게도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런데 사람도 이 실험용 생쥐처럼 페로몬을 맡을 수 없습니다. 야콥슨 기관이 퇴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수컷에게 공격적이지도, 동성을 사랑하기도 할 수 있는 거죠.
여기서 궁금한 점 하나! 그럼 시중에 출시되는 페로몬 향수는 과연 동물들의 페로몬처럼 이성을 유혹하는 효과가 있을까? 페로몬 향수를 출시하는 화장품 회사들과 달리 학자들은 페로몬 향수의 효과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트리스트람 와아이트 영국 옥스퍼드대 동물학자는 “페로몬의 효과에 대해 결정적인 과학적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고, 페로몬 제품의 특허가 출원된 것도 아니다”며 “아직 사람에게 있어 페로몬의 효능은 아무도 확실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사람이라면 이성에게 호감을 얻기 위해 페로몬 향수를 쓰는 것보다 진실된 마음에서 우러난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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