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엔 ‘9월 남북미 3자 선언’ 무게
中 배제 여의치 않아… 北 요청도 영향
美 ‘中과 책임 분담’ 판단 가능성도
정부, 북미협상 동력 위해 속도전
내달초 싱가포르 ARF서 조율 관측
정전(停戰)체제 65년 만의 6ㆍ25전쟁 종식 선언에 중국이 참여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르면 다음 달 안에 남ㆍ북ㆍ미ㆍ중 4자가 ‘종전(終戰)선언’을 채택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첫 단계라는 정치적 의미를 최대한 강조하되 협정으로서의 법적 성격은 최소화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짐작된다.
북미 협상 사정을 잘 아는 외교 소식통은 24일 “남ㆍ북ㆍ미ㆍ중 4자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정부 내에서 정리됐다고 들었다”며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8월 중 종전선언 문제를 매듭짓는 방안도 정부가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판문점선언에 명시된 대로 연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여전한 정부 목표”라며 “시기와 형식 등은 관련국과 협의해 봐야겠지만 공감이 이뤄지면 지체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당초 청와대는 남ㆍ북ㆍ미 3자 종전 선언 방안에 무게를 실어 왔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개입을 미국이 꺼려온 데다, 여러 이해관계가 포개질수록 평화체제 논의가 복잡해지고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걱정해서다.
그러나 한반도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중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당사국이자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으로서 계속 마땅한 역할을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중국을 배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다. 정부의 전향에는 중국을 포함하자는 북한 요청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야에선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대북 군사 옵션 포기를 뜻하는 종전선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와 저항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 체제안전 보장의 정치적 부담과 책임을 중국과 분담하는 게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9월 하순 유엔 총회를 염두에 뒀던 정부가 종전선언 시기를 당기려는 건 무엇보다 교착 조짐을 보이는 북미 협상에 동력을 불어넣는 일이 시급하다고 여겨서다. 정권 수립 70주년인 9월 9일까지 일정 성과를 거둬야 하는 북한 정권으로서도 9월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북한이 반대급부로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시험장(서해위성발사장) 폐쇄 조치를 시작한 정황이 포착되는 만큼 조기(早期) 종전선언에 북미가 공감대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선 남ㆍ북ㆍ미ㆍ중 외교장관이 모이는 내달 초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4자 간 실무 조율이 이뤄질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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