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한국의 대(對) 중국 수출 의존도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거나 그 영향이 가시화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 전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4일 국제금융센터는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급증 배경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상반기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6.7%로 사상 최대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미국(11.6%) 유럽연합(EUㆍ9.6%), 일본(5.1%)으로의 수출 비중을 모두 합쳐도(26.3%) 대중 수출 비중에 미치지 못한다. 홍콩까지 포함하면 대중 수출 비중은 34.4%로 치솟는다.
대중 수출 의존도는 반년 사이 더 높아진 상태다. 전체 수출 대비 대중 수출 비중은 지난해 24.8%에서 2%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6.5% 늘어나는데 그친 반면 대중 수출은 21.1% 늘었다.
이는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석유화학제품의 판로가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중국의 스마트폰 및 차세대 산업 발달로 한국산 D램 수요가 늘면서 상반기 반도체 분야 중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5% 늘었다.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0.2%에서 상반기엔 역대 최대인 41.7%로 증가했다. 석유화학제품도 유가 상승에 힘입어 23.7% 늘었다.
보고서는 당분간은 대중 수출이 양호하겠지만 수개월 내에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이 가시화하면서 증가세가 크게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대중 수출 중 미국이 최종 귀착지인 경우는 5~7% 정도인 상황에서 미국이 예고한 대로 대중 관세 대상을 2,000억 달러로 확대할 경우 한국의 대중 수출 직접 피해는 최대 99억5,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기업이 연말부터 반도체 자체 생산을 확대하는 점도 대중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한중 기술격차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될 경우 대중 수출 및 경상수지 흑자의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국 블룸버그 통신도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보다 타격을 입을 국가로 대만, 말레이시아와 함께 한국을 꼽았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면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국 등에서 부품을 수입하는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수출용 부품 수입을 10% 줄이면 한국의 성장률이 0.9%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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