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모바일 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방송사가 10대 붙잡기에 나선다.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 시청자의 눈길을 끌 만한 주제와 형식의 새 방송 프로그램을 잇달아 선보인다.
지난 6일 첫 방송한 JTBC ‘랜선라이프-크리에이터가 사는 법’(‘랜선라이프’)은 1인 미디어 방송을 경쟁 상대가 아닌, 협력 관계로 설정했다. 최근 10대 사이에서 ‘선망의 직업’ 1위로 손꼽히는 크리에이터를 TV 속으로 끌어왔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끄는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 등이 크리에이터로서의 직업관과 제작 노하우, 카메라 뒷이야기를 전한다.
‘랜선라이프’의 이나라 PD는 “Z세대는 TV를 구시대적 유물로 여기고, 부모 세대는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낯설다”며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 PD는 “Z세대에게 유튜브는 정보검색의 통로이자 소통의 창구”라며 “이들이 흥미로워하는 주제인 만큼 10대 시청자는 자연히 따라붙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클릭의 ‘Z세대 스마트폰 이용행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Z세대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비율은 86%에 달했다.
지상파 방송사는 오디션 형식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10대의 실질적 참여를 끌어내려 하고 있다. 9월 방송되는 KBS2 '댄싱하이‘는 10대 춤꾼을 뽑는 댄스 오디션프로그램이다. 지난 16일까지 모집한 지원자가 3,112명에 이른다. ‘댄싱하이’의 한 관계자는 “K팝 커버댄스 열풍으로 10대들이 춤을 취미로 즐기는 추세”라며 “시청률을 떠나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방송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MBC도 올해 하반기 방송을 목표로 10대 뮤지션을 뽑는 오디션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MBK엔터테인먼트 김광수 대표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기획력이 있는 10대 뮤지션을 선발한다.
지상파 방송사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오디션프로그램이라는 진부한 형식을 답습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가 오디션프로그램을 내놓는 데는 수익 요소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Mnet ‘프로듀스101’은 아이돌 연습생을 통해 10대 팬덤을 끌어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음악 사업을 벌여 수익을 얻었다. 10대 문화는 강력한 팬덤을 형성하며 10대의 구매력과도 밀접하다는 판단이다. ‘댄싱하이’의 한 관계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피로감을 제작진도 인식하고 있다”며 “‘댄싱하이’는 절박한 분위기보다 10대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 집중해 차별화된 그림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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