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자사의 가전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의 캐릭터인 일렉트로맨을 주인공으로 한 히어로 영화 제작에 나선다.
이마트는 1년여에 걸친 준비 끝에 300억원을 투입하는 대작 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이를 위해 제작을 담당할 특수목적회사(SPC)인 ‘일렉트로맨 문화산업전문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자본금 1,000만원의 유한회사로 설립되며, 투자자 유치, 제작, 배급 등 영화 관련 전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 개봉 후에는 바로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이마트는 단독으로 SPC를 설립하기보다 외부 투자자와 함께 공동 투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개봉 시기는 2020년 즈음이 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지시에 따라 1년여 전부터 시나리오 개발을 비롯해 영화 제작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올 초 사내 신년사에서 “세상에 없는 일류기업이 되려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가 있어야 가능할 것”이라며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야말로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고객이 우리를 찾게 만드는 강력한 무기”라고 강조했다.
당시 그는 미키마우스 등 유명 캐릭터와 다채로운 스토리로 세계적 성공을 거둔 디즈니를 예로 들었다. 이마트는 ‘어벤져스’ 시리즈로 세계 영화 시장을 점령한 디즈니 산하의 마블엔터테인먼트를 모델로 삼은 것이다.
영화판 ‘일렉트로맨’의 시나리오 작업은 영화 ‘신이 보낸 사람’ ‘레디 액션 청춘’ 등을 연출한 김진무 감독이 작업 중인데 연출까지 겸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마트는 이 영화의 제작비를 최소 3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SPC가 설립되면 본격적으로 제작진을 꾸리고 배우들을 캐스팅해 영화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일렉트로맨 영화를 제작하기로 한 것은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 고객에게 꿈 같은 기억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경쟁사와 근본적으로 차별화하고, 상품, 점포, 브랜드 등 모든 콘텐츠를 다양한 스토리로 연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이번 영화를 캐릭터 사업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영화의 에피소드, 캐릭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의류, 팬시, 완구 등 다양한 장르의 상품을 개발하고, 새로운 형태의 매장 구성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복합 쇼핑몰 스타필드에도 접목해 활용도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마트 고위 임원은 “이번 투자는 콘텐츠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성 투자여서 본격적인 영화 산업 진출과는 거리가 있다”며 “영화가 크게 성공한다면 속편 제작을 고려해볼 수 있겠지만 아직 ‘일렉트로맨’ 외의 후속 영화 제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렉트로맨’은 2015년 6월 처음 문을 연 일렉트로마트 홍보를 위해 이마트가 김용진 작가를 기용해 그 해 9월부터 포털사이트에 연재한 웹툰이 원작으로, 일렉트로맨이 악의 무리로부터 지구 생명의 씨앗인 ‘뮤오트’를 지켜내는 과정을 그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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