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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칼럼] 종전선언 전망과 이후 과제

입력
2018.07.2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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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종전선언 등 일괄 추진할 가능성

비핵화 전제, 주한미군 무관 원칙 고수를

남북군비통제, 다자 안보체제도 검토해야

전쟁을 치른 국가 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군사력과 동맹을 강화해 공포의 균형을 이뤄 상대의 무력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소위 현실주의적 방식이다. 둘째, 국가 간 조약과 협정을 통해 상호 불가침과 평화구축을 약속하고, 이후 군비축소 등을 통해 신뢰구축을 도모해 가는 자유주의적 방식이다. 셋째, 개별 국가를 넘어서는 국제기구 혹은 국제제도를 만들어 그 틀 속에서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억제하고 평화의 관습을 축적하는 국제주의 방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답게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 같은 국가간 합의와 조약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려는 방식에 중점을 두는 것처럼 보인다. 남북 정상은 4월27일 판문점 선언에서 올해 안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3자 또는 4자 회담 개최를 추진키로 합의했다. 7월 12일, 문 대통령은 싱가포르 방문에 앞서 가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이 상호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평화적 공존관계로 나아가겠다는 공동의 의지를 표명하는 의미를 가졌다면서, 그 시기와 형식에 대해 북한과 미국이 긴밀히 협의할 것임을 밝혔다.

북한도 최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시 비핵화 실행의 조건으로서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 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기존 합의와 남북 정상의 의지에 비추어 볼 때 9월 유엔총회 등에서 남북미 정상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등을 일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 및 당사국들 간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이 이뤄지면 한반도 정세는 한국전쟁 이후의 냉전적 구조가 해체되고 새로운 평화상태로 진전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제도화된 평화가 더 실질적인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련국들과 보완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첫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체결과 병행되지 않고서는 한반도 평화체제를 보장하기 어렵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이후 실질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 있다.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는 완화되지 않을 것이고, 그 경우 북한의 경제건설과 한반도 평화정착도 열매를 맺기 힘들 것이다.

둘째,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해도, 북한이 한때 이와 연동해 주장했던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이슈는 별개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은 대통령의 지적처럼 종전선언 등과 관계없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해 존속 근거를 갖는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될 경우 유엔사의 존재와 역할에 변동이 있을 수 있으나, 유엔 안보리 논의를 거쳐 한반도 평화를 관리하는 평화유지군으로 법적 성격을 전환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체제의 국제적 보장을 위해 바람직한 대안이다.

셋째,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은 불가피하게 남북 사이에 군사적 신뢰구축과 군비통제의 과제를 제기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핵전력은 물론 100만을 상회하는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은 신뢰구축을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신고돼야 한다. 또한 한미 연합훈련 유예에 상응하여 북한도 군사훈련을 축소하고, 상호 훈련 참관을 허용하는 신뢰구축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넷째, 남북 간 종전선언과 군비통제 추진은 동아시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 및 신뢰구축 노력과 병행될 필요가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국들은 경쟁적으로 국방예산 규모를 늘리고 첨단 전력을 증강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 간 종전선언 및 군비통제 추진은 북미ㆍ북일 국교정상화, 그리고 이에 기반한 동북아 다자간 안보체제 구축과 연계돼야 한다.

종전선언과 함께 부각될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복합적으로 고려해 가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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