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갑자기 운명을 달리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정치는 한결 같았다. 노동자를 위해 헌신했고 약자를 위해 목청을 높였으며 소수자의 손을 잡았다. 그의 정치 인생을 사진으로 돌아봤다.
노 원내대표는 1956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기고 재학시절이던 1973년 박정희 대통령의 10월 유신 독재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며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다.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해 민주화운동을 이어가던 노 원내대표는 1982년 전기용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몸 담기 시작했다.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을 주도적으로 이끌던 노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1989년 구속됐다. 이어진 재판 과정서 떳떳하게 “사회주의다”라고 밝혀 파문이 일기도 했다. 2년 6개월의 복역을 마치고 만기 출소한 뒤 1992년 대선에서 백기완 후보 선거대책본부에서 활동하며 제도권 정치판에 발을 디뎠다. 사면복권을 기다리는 동안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으로 활동하며 정치권 진입을 모색했다.
노 원내대표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4년 17대 총선 때부터였다. 한 방송사 토론에 출연해 “50년 동안 썩은 판을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면 고기가 시커매집니다”라는 발언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국회 입성 뒤에도 촌철살인 언변은 계속 됐다. “3급수, 4급수 있는 정당에 산천어, 열목어 넣으면 그 물고기는 못 살고 죽습니다”라며 부패한 정치권을 비판했다.
‘국가 경제를 위해 장시간 공로한 점’을 들어 죄를 지은 재벌 총수의 사면 또는 감형을 주장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직장생활 30년 하다 감옥에 들어간 사람이 국가 경제를 위해 장시간 노동자로 일했기 때문에 감형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또 “암소갈비 뜯는 사람들이 불고기 먹으면 옆에서 굶던 사람이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다”며 재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어록은 진보정치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노 원내대표는 노선 갈등으로 민주노동당을 나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에 패해 고배를 마신 뒤 2010년 지방선거에선 서울시장에 진보신당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아 오세훈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진보진영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통합진보당 후보로 다시 출마해 당선됐다. 하지만 ‘삼성 X파일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일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면서 2013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2014년엔 7ㆍ30재보궐선거 서울 동작을에 정의당 후보로 나왔다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 성산에 출마해 당선됐고 정의당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노 원내대표는 댓글 조작 사건을 주도한 ‘드루킹’ 김동원(49ㆍ구속기소)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다가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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