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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어”… 북한영화 코믹대사에 객석 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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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어”… 북한영화 코믹대사에 객석 폭소

입력
2018.07.24 04:4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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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서 

 ‘우리집 이야기’ 등 9편 초청 

 규제 없이 공개 상영은 처음 

 北 영화제 참가ㆍ현지 촬영 등 

 남북영화 교류 움직임 활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인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가 상영된 지난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초청작인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가 상영된 지난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에서 시민들이 영화 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죽어라 공부해, 공부하다 죽은 사람 없어.” 스크린에서 코믹한 대사가 흘러나오자 객석에서 ‘와하하’ 폭소가 터졌다.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부천영화제)에서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가 공개 상영된 지난 15일, 부천시청 잔디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 900여명은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우리집 이야기’는 2016년 평양국제영화축전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북한 최신 대표작이다. 스무 살 나이에 고아 7명을 키워 북한 전역에서 화제를 모았던 ‘처녀 어머니’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중학교를 갓 졸업한 열여덟 살 정아가 갑자기 부모를 잃은 이웃 삼 남매를 지극정성으로 돌보며 가족이 돼 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후반부에는 체제 선전으로 흘러가며 감동을 다소 상쇄시키지만, 북한의 생활상과 정서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남매가 입은 축구복에 새겨진 유명 브랜드 ‘푸마’ 상표도 눈길을 끌었다. 부천 시민 방경자씨는 “말투와 화면 구성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친근감이 들어서 웃으면서 볼 수 있었다”고 관람평을 들려줬다.

‘우리집 이야기’의 한 장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우리집 이야기’의 한 장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제공

올해 부천영화제는 ‘우리집 이야기’를 비롯해 북한 장편ㆍ단편 영화 9편을 초청했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첫 남북 영화교류다. 엄격한 절차를 거쳐 허가받은 경우에만 제한 상영하던 그간의 관례를 깨고, 북한 영화가 규제 없이 공개 상영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모은영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한층 발전된 형태로 남북 영화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 준 데 의미가 있다”며 “다른 영화제에서도 북한 영화 초청과 관련해 자문 요청을 많이 해 왔다”고 밝혔다.

요즘 영화계는 남북 영화교류에 대한 관심으로 뜨겁다. 부천영화제는 시작일 뿐이다. 10월 열리는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도 북한 영화 초청을 논의 중이고, 배우 문성근이 조직위원장을 맡은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내년 6월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한국 영화 100주년을 앞둔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는 지난 5일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영진위 관계자는 “2003년에서 2008년까지 6년간 운영됐던 특위에서 구상했던 사업들 중에서 현시점에서 실현 가능한 사업들까지 포함해 다시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가을에 열릴 남북 정상회담 때 영화교류가 의제에 포함되면 한층 탄력이 붙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영진위는 9월 평양국제영화축전 참여 의사를 북한에 타진해 놓은 상황이다.

배우 정우성(뒷줄 왼쪽부터)과 영화제작자 이주익, 김조광수, 배우 문성근, 영화감독 이준익, 영화제작자 이준동, 오석근 영진위원장 등이 참여한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발족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배우 정우성(뒷줄 왼쪽부터)과 영화제작자 이주익, 김조광수, 배우 문성근, 영화감독 이준익, 영화제작자 이준동, 오석근 영진위원장 등이 참여한 영화진흥위원회 남북영화교류특별위원회가 지난 5일 발족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제공

남북 영화교류는 정부의 평화 기조에 발맞추는 정치적 의미를 넘어서 제작 현장의 현실적 필요성과 구체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충무로 제작자들은 현지 로케이션과 조선예술영화촬영소 활용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시대극과 사극을 찍기에 적합한 대규모 세트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한다. 세트를 새로 짓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되기 이전, 영화 ‘황진이’(2007)가 북한 금강산 등지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영화 ‘관상’ 등을 제작한 주피터필름은 신작 영화 ‘숙제’를 북한에서 일부 촬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숙제’는 북한 어린이가 잃어버린 학교 숙제를 우연히 임진강에서 발견한 남한 어린이가 그 숙제를 북한 친구에게 돌려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촬영을 목표로, 북한 배우 캐스팅과 현지 스태프와의 협업도 염두에 두고 있다. 주필호 주피터필름 대표는 “북한에서 촬영하면 지역성과 향토성을 영화에 담을 수 있고 미술적 측면에서도 다양한 장점이 있다”며 “남한과 북한 동시 개봉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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