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ㆍ유소년 농구대회
글로벌 프렌즈, 다문화부 우승
아프간ㆍ比 등 출신 다양한 50명
매주 한차례 운동하며 우정 다져
“푸껫으로 우승 여행도 갑니다”
“하나, 둘, 셋, 팀워크!”
각기 다른 피부 색의 아이들은 손을 맞대고 구호를 외쳤다. 코트 위에서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패스’ ‘스크린’ ‘리바운드’를 강조하며 사기를 북돋았다. 코트뿐만 아니라 벤치에서 그리고 관중석에서 다양한 국적의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농구로 하나가 됐다.
다문화 농구단 글로벌 프렌즈는 23일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아산시와 함께하는 제6회 하나투어 전국남녀 다문화&유소년 농구대회 다문화부(중학교 3학년 이하) 결승에서 ‘디펜딩 챔피언’ 리틀비스트를 21-19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초대 대회부터 4회 연속 우승을 하다가 지난해 결승전 당시 1점차 패배를 당했지만 올해 설욕했다.
경기 종료 후 글로벌 프렌즈의 주장이자 원년 멤버인 김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성급하게 슛을 쏘다가 코칭스태프의 “기회를 보고 던져”, “지금 쏘면 안 돼” 등 많은 지적을 받았다. 그래도 김선우의 슛이 빗나갈 때 동료들이 리바운드를 잡아주고, 외곽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팀워크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지난해까지 터키에서 유학 생활을 하다가 올해 한국에 돌아온 김선우는 “중학교 3학년 나이라 이번 대회가 마지막인데 우승해 기쁘면서도 다행”이라며 “주장이라서 감독, 코치님이 더 책임감을 강조했던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선우의 부모님은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으로 귀화했다.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체구가 작고, 단신이었던 필리핀 출신의 가브리엘(용산중 1년)은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먼 거리에서도 3점슛을 3개나 적중시켰다. 드리블 역시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경기 중 상대 선수와 부딪혀 왼쪽 눈썹 위가 살짝 찢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글로벌 프렌즈에서 농구를 시작한 가브리엘은 “대회 전 함께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지만 오랫동안 같은 팀에서 있어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었다”며 “빨리 우승 여행을 가고 싶다”고 웃었다. 대회 우승 팀은 내달 21일 태국 푸껫으로 우승 여행을 떠난다.
글로벌 프렌즈는 소외되기 쉬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농구를 비롯한 다양한 활동으로 꿈과 희망, 용기를 주기 위해 창단했다. 배재고와 단국대에서 농구 선수 생활을 했고, 은퇴 이후 대한농구협회 홍보이사, 전무이사 등을 역임했던 한국농구발전연구소 천수길 소장의 노력과 하나투어의 지원으로 글로벌 프렌즈가 운영되고 있다. 총 50명에 달하는 아이들은 매주 수요일 서울 이태원초등학교에서 농구를 하며, 친구들과 돈독한 우정을 쌓는다.
5년 전 글로벌 프렌즈에 들어왔다가 중학교에 진학하며 경남 김해로 전학을 갔던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최일리야스(김해중 2학년)는 “이젠 멀리 떨어져 있어 농구를 같이 못하지만 그리웠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번 대회 때 아산으로 합류했다”며 “내년 대회에도 참가해 우승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프렌즈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송기화 코치는 “한참 말을 안 듣는 나이 대라 미울 때도 있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금세 누그러진다”며 “이렇게 우승으로 결실을 맺으니 보람을 느끼고, 이 맛에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번 대회는 장애인청소년부 등을 새롭게 신설해 작년 6개 부 68팀에서 이번에 9개 부 81개 팀으로 규모가 커졌다. 참가비 없는 유소년 대회를 매해 개최하고 있는 하나투어문화재단의 이상진 디렉터는 “스포츠를 통해 인종과 피부색을 다 떠나서 하나가 되고, 교류를 하고 많은 우정을 쌓아갔으면 좋겠다”며 “이번에 기회를 받지 못한 분들이 앞으로 더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기적으로는 해외 팀들도 초청해 규모를 키워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아산=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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