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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역사교과서에 ‘민주주의’ ‘자유민주주의’ 둘 다 쓴다

입력
2018.07.23 19:00
수정
2018.07.2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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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공개됐던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6년 11월 공개됐던 역사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육부 새 역사교과서 개정안

민주주의와 함께 쓸 수 있게 절충

첨예한 이념논쟁을 낳았던 새 역사교과서 ‘민주주의’ 기술과 관련,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함께 쓰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당초 정치적 편향성이 적다는 이유로 민주주의 용어를 택한 교육부가 보수학계 반대를 감안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인데, 보수ㆍ진보 진영 모두 이런 어정쩡한 봉합에 반발하는 분위기다.

23일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사회과ㆍ중등역사과 교육과정(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이 27일 고시될 예정이다. 지난달 22일 개정안 행정예고를 거쳐 이날 공개된 주요 내용을 보면 국가체제를 규정하는 민주주의 관련 서술이 크게 달라졌다. 앞서 5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역사교과서 교육과정ㆍ집필기준 시안을 공표하면서 국정 역사교과서에서 썼던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민주주의로 대체하기로 했다. “민주주의 용어가 역대 역사ㆍ사회과 교육에서 꾸준히 사용된 데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여러 가치 중 일부만 의미하는 협소한 개념”이라는 점이 근거였다. 행정예고 발표 때까지도 원칙은 유지됐다.

하지만 수정안에서는 고교 한국사 교육과정 성취기준 해설에 민주주의와 함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표현을 넣었다. 중학교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도 이 표현이 들어갔다.

교육부의 방침 변경은 보수학계의 반박 논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 측은 시안 발표 당시 1987년 바뀐 현행 헌법 전문과 제4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한 점을 들어 자유민주주의로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주의만 표기할 경우 사회민주주의나 북한 인민민주의와 다를 게 무엇이냐”며 반(反) 헌법적 발상이라고 거세게 공격했다. 행정예고 기간 접수된 의견수렴 결과도 영향을 미쳤다. 김영재 교육부 동북아교육대책팀장은 “해당 기간 접수된 608건 의견 가운데 454건이 민주주의 등 용어 사용에 관한 반대 의견이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수정안은 겉으론 민주주의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을 추가한 형태가 됐지만 자유민주주의 표현 자체도 사실상 허용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남부호 교육부 교육과정정책관은 “민주주의 서술이 타당하다는 교육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도 “문맥을 고려해 (교과서 집필진이) 자유민주주의로 기술하더라도 (검정심사) 탈락 사유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민주주의 용어 선택 여부를 집필진 판단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진보학계 “역사 서술 방식 후퇴”

자유민주주의 용어 고집한 보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 불만

교육부 타협안에도 보수ㆍ진보진영은 반발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자유’ 개념을 해석하는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진보 역사학계는 이번 결정을 역사 서술 방식의 후퇴로 보고 있다. 한철호 동국대 역사교육과 교수 “민주주의로 우리 정부의 정체성과 정당성을 다 포괄할 수 있는데 다시 자유를 끼워 넣어 의미를 축소시켜 버렸다”며 “보혁 양쪽 논리를 방어하려는 교육부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반면 보수학계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표현 만으로는 국가체제를 설명하기에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에 자유를 주어서는 안된다는 한계적 개념”이라며 “자유 실현을 얘기하는 자유민주주의를 대체하는 용어로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민주주의 표현 외에는 행정예고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1948년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바뀌고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기준에 포함된 ‘대한민국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기술도 빠진다. 두 쟁점도 보수학계가 극렬히 반대해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부는 이달 중 역사교과서 검정실시 공고를 낸 뒤 내달부터 9개월 간 교과서 개발에 들어간다. 새 교과서는 2020년부터 중ㆍ고교에서 사용된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저작권 한국일보]그래픽=신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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