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오픈’ 최종라운드
우즈, 10번 홀 리더보드 최상단에
우승 가능성 열리자 갤러리 흥분
“공아, 빨려 들어가라” 소리 질러
11번 홀서 치명적 실수 더블보기
5년 만의 메이저 톱10으로 만족
‘클라레 저그’는 몰리나리가 차지
타이거 우즈(43ㆍ미국)가 23일(한국시간) ‘디 오픈’ 골프대회 최종 라운드 10번 홀을 마치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서자 스코틀랜드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는 흥분으로 뒤덮였다. 그가 마지막으로 메이저 우승컵을 든 것은 10년 1개월 전인 2008년 US오픈이다. 2012년 PGA챔피언십 이후에는 잠깐이라도 메이저대회 리더보드 최상단에 올라가본 적도 없었다. 허리 부상으로 인한 기나긴 공백을 깨고 드디어 메이저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열혈 팬들은 우즈가 샷을 할 때 마다 ‘공아, 홀에 빨려 들어가라’며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결정적인 순간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11번 홀(파4)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이 크게 왼쪽으로 휘어져 갤러리를 맞고 코스로 돌아왔다. 우즈 자신도 샷 직후 “오 마이 갓”이라고 외치며 클럽을 손에서 놓아버렸다. 결국 우즈는 그 홀에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를 적고 말았다. 그의 이번 대회 유일한 더블보기였다. 앞선 세 번의 라운드 내내 버디를 낚았던 홀에서 나온 더블 보기라 안타까움을 더했다.
실수는 다음 홀에서도 이어졌다. 12번 홀(파4)에서 친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고 두 번을 더 쳐 그린에 올린 뒤 다시 퍼트 두 번으로 빠져 나왔다. 보기였다. 2개 홀에서 3타를 잃은 우즈는 순식간에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메이저 통산 15승,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80승은 또 다시 미뤄졌다. 복귀 이후 사냥감을 물고도 끝내 삼키지 못한 패턴이 이번에도 반복됐다. 우즈는 2013년 디 오픈 이후 5년 만에 달성한 메이저 톱10에 만족해야 했다.
우승은 물 건너 갔지만 우즈는 경기 후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특히 5타를 줄인 3라운드와 우승 경쟁에 불 붙였던 4라운드 경기력에 만족한 모습이었다. 그는 경기를 마친 뒤 모자를 벗어 자신을 응원해준 갤러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어 그린 뒤에서 나타난 딸 샘(11), 아들 찰리(9)와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우즈는 “정말 최선을 다 했고, 아이들이 아빠의 그런 모습을 자랑스러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를 되돌아보면 ‘디 오픈에 나설 수만 있어도 행운일 거 같다’고 말했는데, 지금 여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축복받은 사람”이라며 미소 지었다. 우즈는 이번 대회 성적으로 세계 랭킹을 71위에서 21계단 끌어올렸다. 덕분에 세계 랭킹 50위 이내의 선수들만 참가할 수 있는 2018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출전권도 얻었다. 그는 다음 달 열리는 이 대회에서 통산 80번째 우승에 다시 도전한다.
한편, 올해로 147회째를 맞은 디 오픈의 유서 깊은 우승컵 ‘클라레 저그’는 우즈와 동반 플레이를 펼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35ㆍ이탈리아)에게 돌아갔다. 몰리나리 개인과 이탈리아 모두에게 첫 메이저 우승이었다. 그는 선두 조던 스피스(25ㆍ미국)에 3타 뒤진 6언더파 5위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막판 우승 경쟁 열기에 선두권 선수들이 모험적인 플레이를 하는 동안 무리하지 않고 꿋꿋하게 파 행진을 이어가던 그는 14번 홀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은 뒤 마지막 홀에서도 버디를 낚으며 8언더파 우승을 완성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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