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27일 출범 1년을 맞는다. 첨단 IT 기술과 금융을 결합한 핀테크 기반의 인터넷은행은 비대면 거래를 통한 24시간 이용과 파격적인 수수료 인하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앞서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함께 올해 상반기 기준 가입자 수 700만명, 여수신 규모 15조원을 넘어섰다. 이자 놀이에만 급급하던 시중은행들도 잔뜩 긴장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메기효과가 뚜렷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기존 금융산업을 고도화하고 혁신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인터넷은행들이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10% 넘게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은산(銀産)분리 규제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실제 두 인터넷은행은 자본 확충이 제때 안 돼 대출 영업을 중단하는 등 심각한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은산분리 규제는 30년 전 시중은행을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재벌의 사금고화를 우려해 만들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금융 시스템이 달라진 만큼 현실에 맞게 고칠 필요가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3일 핀테크 활성화 간담회에서 “인터넷은행이 혁신 기술을 촉진하고 금융산업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면서 “핀테크에 대한 지원 및 규제 시스템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IT 기업이 최대 50%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대기업 편들기’라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막혀 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ICT 기반 신금융에 한해 혁신의 길을 터 주자는 것이지, 산업자본의 은행 사금고화를 허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출범 1년을 맞은 인터넷은행들이 정상궤도에 올라 혁신적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족쇄를 풀어 줘야 할 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