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별도 정화시설 안갖추고
주택가서 간판없이 버젓이 영업도
찌그러진 자동차를 불법 복원한 수리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주택가나 길가에서 버젓이 오염물질을 뿜어대는가 하면, 단속을 피해 산으로 숨어든 곳도 있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서울시자동차정비사업조합과 합동단속을 벌여 불법 자동차수리업체 40여곳을 대기환경보전법 및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단일 적발 건수로는 가장 많다.
이들 업체 대부분은 찌그러진 자동차 외형을 펴주는 복원 수리 전문이다. 사고 등으로 찌그러진 부분을 펴고 다시 페인트칠하는 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한 페인트 분진과 마약 마리화나 주요 물질로 알려진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이 뿜어져 나오는 복원 수리는 별도 정화시설을 반드시 갖춰야 관할 구청의 영업 허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은 정화시설이 수백 만원에 달한다는 이유로 설치하지 않고 불법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택가에 간판도 없이 영업하거나, 자동차가 오가는 길가에 ‘차 찌그러짐 복원’ 같은 현수막을 걸고 호객 행위를 한 경우가 많았다. 굳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합법 운영하는 업체 수리비의 최대 10분의 1 가격만 받는 식(90% 할인)으로 고객을 끌어 모았다.
이 중 2곳은 주민 민원 제기로 인한 불시 단속을 피해 급기야 산으로 들어갔다. 50대 남성 2명이 운영하는 업체는 주택가, 길거리를 전전하다 3개월 전 아예 경기 하남시 야산에 ‘창고형 가건물’을 지어놓고는 고객을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업체는 같은 산 입구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었다. 조합 관계자는 “수많은 불법 수리업체를 단속해 봤지만, 산 속까지 들어온 경우는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자동차 불법 복원은 유해 물질이 그대로 유출돼 시민들 건강을 위협하는 건 물론, 보험 처리도 하지 않아 ‘수리 이력’이 남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중고차로 판매할 경우 이런 곳에서 수리를 받은 자동차는 무사고 차량으로 둔갑해 판매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