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퀴드 민주주의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를 쓴 영국 작가 루이스 캐롤(본명 찰스 도슨)이 1884년 출간한 ‘의회에서의 대표 원칙’에서 그 기원을 찾는다. 옥스포드대 수학 강사이기도 했던 캐롤은 자신의 투표권을 다른 사람에게 위임할 수 있도록 해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사표를 최소화하면 대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리퀴드 민주주의 이론은 미 행정부 예산국장을 지내기도 한 경제학자 제임스 밀러가 1969년 내놓은 논문 ‘공공선택론’에서 투표권을 전달하는 ‘프록시 보팅’(Proxy Voting) 개념을 소개하면서 한층 강화된다. 밀러는 유권자가 이슈마다 직접 투표를 하거나 프록시 보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미디어와 컴퓨터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면 직접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생각이었다.
캐롤 이후 리퀴드 민주주의가 현실 정치에 등장하기까지는 123년의 시간이 걸린다. 인터넷의 물결을 타고 2007년 돌풍을 일으키며 등장한 독일의 해적당이 당내 의사결정 시스템인 ‘리퀴드 피드백’ 실험에 나서면서다. 하지만 해킹 및 조작 가능성 등 인터넷 기술이 지닌 한계에 발목이 잡히면서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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