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식물의 두께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처음으로 발견했다. 식용 작물의 수확량을 높이거나, 땔감용 나무 두께를 두껍게 하는 등 경제적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황일두 포스텍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형성층의 세포 분열ㆍ분화를 조절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찾았다”고 23일 밝혔다. 형성층은 식물의 기둥ㆍ뿌리에 있는 줄기세포다. 형성층 세포가 많이 분열ㆍ분화하면 식물의 기둥이나 뿌리가 두껍게 발달한다. 식물의 부피가 클수록 연료자원인 목재 질량이 증가하고, 무ㆍ당근 등 식용 작물의 생산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연구 가치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연구진이 이번에 새로 밝힌 건 BIL1 효소의 기능이다. 이 효소가 형성층 저해 단백질(MP)을 활성화하면, 그로 인해 특정 유전자(ARR7ㆍARR15)가 발현되면서 형성층이 두껍게 발달하는 것을 막는다. 반면 다른 단백질(PXY)이 BIL1 효소의 기능을 제한할 경우, 식물 기둥ㆍ뿌리의 두께는 두꺼워졌다.
형성층이 활성화되고 식물 내 물관ㆍ체관의 수가 늘면, 영양물질 수송 능력이 증대돼 더 많은 열매를 맺게 할 수 있다. 또 식물 기둥이 두꺼워지면 태풍ㆍ우박 등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높아져 생산성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황 교수는 “형성층 조절 과정을 통해 생산성이 높은 작물뿐만 아니라, 비바람에도 끄떡없는 강인한 작물 개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플랜트’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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