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노력 필요’ 공동성명 채택 불구
“우리에 총구 겨누는 미국과 협상 불가”
EU 등서 美 트럼프 행정부 비판 잇따라
주요 20개국(G20) 경제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무역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대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 채택에도 불구, 실제로는 글로벌 무역 전쟁의 방아쇠를 당긴 미국과 그 상대방인 유럽연합(EU) 등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말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들은 22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이틀간의 회의를 마친 뒤, 공동성명을 통해 “무역과 관련한 위험을 완화하고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대화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 경제가 견고히 성장하고 있지만, (선진국들 간) 무역 관세 맞대응과 일부 개발도상국의 약세 등으로 위협이 커지고 있다”고도 경고했다. 성장에 대한 리스크에는 ▦금융 취약성 증가 ▦무역ㆍ지정학적 긴장 증가 ▦전 지구적인 불균형과 불평등 ▦일부 선진국의 구조적인 성장 부진 등이 포함된다고 성명서는 덧붙였다.
이처럼 G20 경제 수장들은 원론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성장 궤도 이탈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을 다짐했으나, 현재 진행 중인 ‘무역 전쟁’의 당사국들 간 대립은 생생하게 노출됐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EU는 우리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미국과는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무역 스탠스를 “더욱 공격적인 것”이라고 언급한 그는 “미국이 이성을 회복하길 촉구한다”고도 강조했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도 무역갈등 관련 입장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구촌 무역갈등이 높고 더 고조될 것이라는 위협이 존재하고 있어 다자주의 체제가 중대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EU의 보복 관세는 미국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며 종전 태도를 고수했다. 그러면서 그는 EU가 관세와 비관세 장벽, 보조금 등에 대한 정책 변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G20 회원국들의 공동 성명에도 불구, (사실상 무역 갈등과 관련한) 긴장 완화를 향한 진전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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