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1위 굴삭기(포크레인)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가 납품단가 인하를 거부하는 하도급사의 기술을 빼돌려 다른 업체에 제품개발을 맡겼다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억7,900만원을 부과 받았다. 공정위는 또 두산인프라코어 법인과 관련 직원 5명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해 9월 “기술유용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며 기계ㆍ전자 업종 등을 대상으로 직권조사를 실시한 후 제재가 결정된 첫 사례다.
23일 공정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2010년부터 하도급업체 이노코퍼레이션으로부터 굴삭기에 장착되는 ‘에어컴프레셔’(압축공기를 분출해 흙, 먼지 등을 제거하는 장비)를 연간 3,000대(약 15억원) 규모로 납품 받았다. 2015년 말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에 납품가격을 18% 인하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노코퍼레이션이 이 같은 요구를 거절한 뒤 두산인프라코어는 이노코퍼레이션의 에어컴프레셔 제작도면 31장을 A사에 전달했다. 이후 A사는 제작도면을 토대로 에어컴프레셔를 각 모델별로 순차적으로 개발, 2016년7월부터 두산인프라코어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노코퍼레이션은 작년 8월 에어컴프레셔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A사의 납품가는 이노코퍼레이션보다 10% 정도 낮았다”며 “이노코퍼레이션 도면을 유용해 그만큼의 이득을 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또 지난해 7월 굴삭기 부품 중 하나인 ‘냉각수 저장탱크’를 납품하는 하도급업체 코스모이엔지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자 이를 거절하고, 해당 업체의 냉각수 저장탱크 제작도면 38장을 5개 사업자에 전달했다. 도면전달 후 ‘제품개발→납품업체 변경’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단가 인하를 목적으로 한 도면전달 행위 자체가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성 과장은 “(이번 사건에서) 하도급업체들은 피해사실 진술을 위해 공정위 심판정에 출석해달라는 요청에도 응하지 못했는데, 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대기업과 거래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정위는 기술유용 근절을 위해 ▦기술유용으로 단 1차례만 고발돼도 공공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고 ▦기술유용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도 현행 손해액의 ‘3배 이내’에서 ‘10배 이내’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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