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ㆍ영국ㆍ캐나다로 재정착 예정
이스라엘ㆍ요르단도 탈출작전 동참
정부 측, 테러 선전단체로 규정
시리아 내전 중 피해자 구조 활동을 벌인 ‘하얀 헬멧’ 대원 422명이 시리아 정부 측의 남서부 진군을 피해 요르단으로 탈출했다.
요르단 외교부는 22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시리아 내전 기간 전쟁터에서 구조 활동을 벌인 ‘시리아 민방위대’ 즉 하얀 헬멧 대원인 시리아인 422명의 입국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모하메드 알카예드 요르단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과 캐나다, 독일이 하얀 헬멧 대원 827명과 그 가족의 재정착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나 최종적으로 입국한 수는 422명으로 확정했다. 이들 422명은 3개월이 넘지 않는 기간 요르단에서 머물다가 유럽 등지로 이동할 것이라고 카예드 대변인은 밝혔다.
이들을 구출한 것은 이스라엘의 작전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런 작전은 매우 예외적”이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등이 내게 하얀 헬멧 수백여 명을 탈출시키는 작전에 협조를 요청해 왔다”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들은 생명을 구했음에도 생명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었기에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이들을 이스라엘을 통해 다른 나라로 보내는 작업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라이드 알살레 하얀 헬멧 대표에 따르면 탈출자 422명은 시리아 남서부 다라와 쿠네이트라 지역에 포위돼 있었다. 시리아 정부군은 6월 19일부터 러시아군의 도움을 얻어 남서부 반군 지대 장악에 나섰다. 반군 대부분은 협상을 통해 점령지를 시리아 정부에 넘겼지만 일부 극단주의 무장단체는 집중 포격을 받았다. 이번 탈출 작전에 동참한 이스라엘과 요르단은 남서부 전투로 인해 발생한 이주민을 국경에서 차단한 상황이었다.
2013년 설립된 하얀 헬멧은 내전 기간 반군 점령지에서 공습이나 포격, 폭발이 발생할 때 피해를 입은 민간인을 가정 먼저 구조하는 민간단체다. 전투에 휘말리거나 위험한 구조 활동 때문에 창립 이래 최소 250명이 숨졌다. “한 생명을 구하는 것은 전인류를 구하는 것”이라는 이슬람 경전 쿠란의 한 구절을 빌려 구호로 삼았지만 종교와 민족을 막론하고 모든 피해자를 구한다고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하얀 헬멧은 친서방 성향 단체로 분류된다. 대원들 가운데 일부는 터키 등지에서 탐색ㆍ구호 기술 훈련을 받아 시리아 현지 대원들에게 가르쳤고, 미국ㆍ독일ㆍ영국 정부를 포함한 다수 국가와 개인이 이들의 자금 지원을 담당했다.
이들이 주로 반군 점령지의 전쟁 피해 상황을 서구 언론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맡게 되자, 시리아와 러시아 언론에서는 하얀 헬멧을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리스트 세력의 선전 단체라고 비판해 왔다. 따라서 시리아 정부가 반군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 하얀 헬멧 대원들의 신변은 위태로울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서구 국가들이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얀 헬멧 대원이 모두 탈출한 것은 아니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탈출 작전 참여를 거부하고 이 매체와 인터뷰한 한 대원은 “여기가 우리 나라이고 이 곳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라며 “우리는 정부가 말하는 것처럼 테러리스트나 군부대가 아니고 인도주의 단체”라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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