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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절대빈곤’ 수치 놓고 유엔-미국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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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절대빈곤’ 수치 놓고 유엔-미국 신경전

입력
2018.09.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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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 침체로 지역경제가 붕괴한 미국 디트로이트주에선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산업 침체로 지역경제가 붕괴한 미국 디트로이트주에선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 미국의 절대 빈곤층이 얼마나 되는지를 두고 유엔과 미국 정부의 신경전이 점입가경이다. 유엔은 “불평등이 가장 심한 선진국”이라고 비판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갖고 미국을 공격하고 있다”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때아닌 미국의 절대 빈곤층 논란은 지난 6월 유엔이 발표한 한 보고서로 인해 촉발됐다. 필립 알스턴 유엔 빈곤 인권 관련 특별보고관은 미국 인구조사국의 2016년 가구별 소득 자료 등을 토대로, 미국 인구 중 4,000만명이 빈곤층에 속해 있고 그 중 극빈층도 1,850만명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4인 가구 기준 연 수입이 2만4,000달러인 경우 빈곤층이고 그 절반(1만2,000달러)이면 극빈층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인터넷 매체 데일리 시그널은 이 기준이 미국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원하는 각종 보조금을 제외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식료품 할인을 해주는 푸드스탬프나 의료보장제도인 메디케이드 등에 투입되는 정부 재정 역시 저소득층의 연간 수입으로 포함시켜야 하고, 그래야 실제 생활수준을 측정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미국의 빈곤층은 2,590만 명으로, 극빈층은 170만 명으로 줄어든다고 데일리 시그널은 보도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는 구매력이나 지출 기준 역시 “빈곤층이 생계 유지를 위해 빚을 지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아 이 역시 불완전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 보고서에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 재원 확대 요구로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데일리시그널은 “미국의 극빈층 가정은 에어컨과 컴퓨터, DVD 플레이어를 갖추고 있고, 굶어 죽거나 집에서 쫓겨나지 않는다”며 “잘못된 통계가 (긴급 생계 지원 같은) 1차적인 복지 지출을 늘리라는 요구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의 빈곤층과 미국의 빈곤층을 단순 비교해서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엔의 진단은 달랐다. 무엇보다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 정책이 양극화를 심화 시켜 빈곤층의 생계가 직접적으로 위협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부유층과 대기업에 대한 감세 정책과 빈곤층 지원에 대한 예산삭감은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려 가난한 이들에게 직격탄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에 대한 반론도 있다. 경제 호황일 때보다 불황 시기에 빈곤율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일단 경제 활성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논리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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