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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집중해 근무, 생산성 높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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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4일 집중해 근무, 생산성 높아졌어요”

입력
2018.07.22 17:48
수정
2018.07.22 23:4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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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금융사의 실험 성공

‘페퍼추얼 가디언’ 올해 3월 도입

“조직참여도ㆍ만족감 월등히 높아”

# 오클랜드공대 공동 연구 결과

스트레스 지수 7%P 하락

정부 “제도 도입 독려할 것”

앤드루 반스 퍼페추얼 가디언 대표. 퍼페추얼 가디언 제공
앤드루 반스 퍼페추얼 가디언 대표. 퍼페추얼 가디언 제공

“주 4일 근무를 하니 주중 하루는 개인 볼일을 처리할 수 있게 돼 주말을 온전히 가족과 보낼 수 있게 됐어요. 업무 시간에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다 보니 퇴근 시 만족감이 더 컸습니다.”

두 아이 엄마인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태미 베이커가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밝힌 주 4일 근무 실험 참여 소감이다. 뉴질랜드 최대 신탁회사 ‘퍼페추얼 가디언’의 선임 고객 관리자인 그는 “주4일 근무 이후 생산성이 높아진 걸 보니, 그 이전에는 근무 중에도 업무에 소홀할 시간이 많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주4일 근무 도입 발표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퍼페추얼 가디언’의 실험이 대성공을 거뒀다고 NYT 등 외신들이 전했다. 실험을 제안하고 주도한 이 회사 앤드루 반스 창업자 겸 대표는 “3월부터 2개월 간 직원 240명을 상대로 ‘급여 삭감 없는 주 4일 근무’를 시행한 결과, 조직참여도와 만족감, 회사 충성도가 월등히 높아졌고 생산성도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고 현지 언론에 밝혔다. 그는 지난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2월19일 28면)에서도 실험의 성공을 자신한 바 있다.

실험 성공은 학술적으로도 증명됐다. 오클랜드공대 재러드 하르 교수팀과 오클랜드 경영대학원의 헬렌 딜레이니 박사팀이 공동으로 8주간의 실험 성과를 측정한 결과, 직원들이 느끼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만족도(78%)는 지난해 11월(54%)보다 크게 향상됐고 스트레스지수는 7%포인트 낮아졌다.

반스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의 구체적인 방법을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결정했다. 회의 시간을 2시간에서 30분으로 단축했고, ‘집중 근무 중이므로 방해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면 동료들이 이에 호응토록 하는 방안도 채택했다. 딜레이니 박사는 "실험 성공은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동기를 부여한 게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실험 성공에 자신감이 붙은 반스 대표는 주4일 근무제를 영구화하기 위해 이사회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또 실험 성과가 뉴질랜드의 전반적인 생산성 논의로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연간 노동 시간은 1,752시간으로 주요 선진국 평균에 가깝다. 하지만 노동장비율(노동자 1인당 설비자산)은 OECD 평균의 75% 수준에 불과해 1인당 생산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당장 퍼페추얼 가디언의 근무 단축 실험 성과를 접한 이언 리스 갤로웨이 뉴질랜드 직장 관계부 장관은 “근무 환경을 좀 더 스마트하게 이끄는 이 같은 제도 도입을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실험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생산성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무조건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숭실대 산업ㆍ정보시스템공학과 황원일 교수는 “뉴질랜드 회사의 성공은 업종 자체가 근무시간을 줄여도 집중근무를 하면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성이 있는 업종(금융ㆍ서비스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간 수준의 업무집중으로 장시간 장비를 가동해야 하는 제조업에 적용하기는 무리라는 얘기다. 황 교수는 또 “근무시간에는 집중해서 일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조직문화가 조성된 게 주효했을 것”이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성공을 위해서는 업종특성과 구성원의 동의 등 성공 조건이 사전에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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