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장에서 급여를 받아 온 직원의 봉급까지 범죄수익금으로 추징할 수 있을까.
2011년 김모(당시 28)씨는 최모씨 등이 한 해 전 개설한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의 홍보팀장으로 취직했다. 팀원 두 명과 함께 인터넷에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주소를 게재해 알리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김씨는 사이트가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업무를 담당했고, 대가로 매달 약 200만원(평균)의 급여를 받았다. 이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송금된 도박금액은 1,000억원이 훌쩍 넘었다.
검찰은 김씨를 도박개장 혐의 공범으로 기소하면서, 그가 받은 급여를 도박으로 거둔 수익의 일부로 보아 이를 추징해 줄 것을 청구했다. 1심(의정부지법 형사단독)과 2심(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 역시 급여를 범죄수익으로 판단해 징역과 함께 추징금을 선고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국민체육진흥법(도박개장) 및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추징금 1억4,37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에서 추징금 부분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 형사항소부에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양형에 이의를 제기한 김씨의 상고는 기각됐다.
대법원은 “주범이 단순히 범죄수익을 얻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차원에서 월급을 준 것이라면 이를 추징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김씨가 받은 급여는 총책 최씨의 수익 44억7,000만원과 큰 차이가 있다”며 “범죄수익을 분배 받았다고 볼 정도로 조직 안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의정부지법은 재판을 다시 열어 대법원 파기환송 취지에 따라 추징금 부과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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