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수익률 30%대ㆍ비과세 일몰
마케팅ㆍ세제 혜택에 앞다퉈 막차
1분기 VN지수 1300예상 속
올해 설정액만 6300억원 돌파
미중 무역전쟁ㆍ달러화 강세 영향
4월이후 지수 930으로 곤두박질
“베트남 경기지표 활황세 유지
좀 더 지켜볼 필요” 의견도
지난해 12월 베트남주식형펀드에 가입한 직장인 이모(33)씨는 최근 쓰린 속을 달래고 있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 일몰을 앞두고 당시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베트남 펀드를 골라 막차를 탔지만 최근 베트남 시장이 급락하며 수익은커녕 손실만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비과세 해외주식형펀드는 해외 상장주식 투자 비중이 60% 이상인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해외 주식 매매ㆍ평가 차익과 배당소득 등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상품이었다. 지난해말까지 가입한 개인에게 1인당 3,000만원 한도에서 이러한 비과세 혜택을 줘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엔 증권사의 마케팅도 적극적이었다. 특히 베트남 펀드는 지난해 수익률이 30%도 넘어 막판 가입자가 많았다. 그러나 이씨는 이제 ‘대박’의 꿈을 포기한 채 하루빨리 원금이 회복되기만을 기도하고 있다. 시장이 바닥이란 확신이 들면 투자를 더 늘려 ‘물타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밤잠만 설치고 있다.
신흥국 투자의 대안으로 꼽히며 올해 6,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 모은 베트남 펀드 수익률이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22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베트남주식형펀드(15개)의 최근 3개월간 수익률은 -16.86%로, 평가 대상인 20개 지역 주식형 펀드 수익률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아직 15.89%로, 북미(16.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수익률만 보면 애물단지가 됐다.
베트남 증시의 VN지수는 지난해 12월29일 984.24포인트로 마감한 뒤 올해 1분기 꾸준한 상승세를 거듭하며 4월9일에는 베트남 시장 개장 이후 역대 최고치인 1,204.33포인트까지 치솟았다. VN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은 것은 2007년 이후 11년만의 일이다. 당시 시장에선 1,3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베트남 시장 투자는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올해 베트남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6,309억원이나 증가, 지역 구분이 없는 글로벌 주식형 펀드(7,211억원)에 이어 설정액 증가 2위를 기록했다. 베트남펀드 전체 설정액(1조3,136억원)의 48%가 올해 신규 유입된 자금이다.
그러나 미중 무역전쟁이 불거지고 달러화 강세가 지속된 4월 이후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 20일 VN지수는 4월 고점 대비 22.5% 하락한 933.39로 추락했다. 지난 11일에는 연중 최저치인 893.16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신흥 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는 과정에서 다른 시장에 비해 상승폭이 컸던 베트남 시장이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 방향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신흥국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중국 경기도 낙관적이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신흥국 시장 기피 현상이 시장을 짓누르고 있어 베트남 증시의 반등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손해가 난 베트남 펀드를 성급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무엇보다 베트남의 경제성장률, 산업생산 등 경기 지표가 활황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형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의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1%로 정부 목표치인 6.7%를 크게 웃돌았고 6월 산업생산지수(127.6),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55.7)도 전년 대비 상승해 확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 VN지수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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