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유류 수컷의 정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자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는 단백질을 국내 연구진이 처음 발견했다. 남성 불임이나 피임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정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연구진은 “정자 형성과정에서 머리ㆍ꼬리를 이어주고 안정화시키는 단백질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정자를 만드는 정소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유전자는 대략 200~300종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진은 이제껏 알려지지 않았던 정자 특이유전자(SPATC1L)를 발견, 여기서 만들어진 단백질이 정자의 머리와 꼬리를 잇는데 핵심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정자에 작용하는 다른 단백질을 조절해 정자 머리ㆍ꼬리 연결부위의 골격 구조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특이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수컷 생쥐에선 정자의 머리와 꼬리가 분리돼 완벽한 불임상태가 됐다.
조 교수는 “정자의 목 부분에만 존재하는 특이단백질이 정자의 형성과정에서 머리와 꼬리를 이어주는 원리를 밝힌 것”이라며 “남성 불임의 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불임 부부 비율은 약 5% 남짓으로 꽤 높은 편이다. 그 중 절반 정도가 남성 불임과 남성ㆍ여성 동반 불임에 의해 발생한다.
연구진은 SPATC1L 단백질이 불임 진단마커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단백질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확인, 정자의 이상유무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SPATC1L 단백질 기능을 억제하는 방식의 피임제 개발에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자 특이 단백질은 다른 조직ㆍ세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만큼 부작용을 우려할 필요도 없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9일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엠보 리포트(EMBO Reports)’에 소개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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