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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시아의 등대

입력
2018.07.2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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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준공된 ‘아시아의 등대’는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파주에서 운영하는 이주민센터다. 이름과 달리 ‘아시아의 등대’는 바닷가가 아닌, 도시 한복판 작은 개천(봉일천) 옆에 있는 3층 건물이다. 그 지붕 위 외관이 등대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건물에서 퍼뜨리고자 한 빛은 물리적인 것을 뜻하진 않는다. 이 곳은 이주민들에게 한국어ㆍ한국 문화 등을 가르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주민과 정착민이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아시아의 등대가 밝히고 있는 빛은 이주민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새로운 관점과 가치다.

아시아의 등대는 원래 천주교 의정부교구 이주사목위원회가 운영하던 파주 엑소더스(EXODUS)에서 시작되었다. 아시아의 등대를 착공할 무렵, 센터장인 이상민 신부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주민을 돕는 것은 선행이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대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전제하며 “이주는 그리스도인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주제입니다. 그리스도인에게는 나그네의 정체성이 있습니다.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 유대인의 조상 아브라함, 모세까지 모두 이주를 경험했습니다. 예수도 태어나자마자 살해 위협을 피해 피난을 갑니다. 요즘 상황으로 보면 이주민이자 난민이었죠”라고 설명했다(2015. 12. 23 연합뉴스). 또한 아시아의 등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한 ‘교회 안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말씀과 실천’의 일환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종교는 이주의 역사와 함께 한다. 불교는 석가모니가 궁전을 떠나는 시점에서 시작되고, 유교 역시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한 유랑을 통해 그 골격이 만들어졌다. 이 점에서 교회 구성원이 이주민에 관심을 갖고 존중하고자 애쓰는 것은 그리 특별한 건 아니다. 종교 관련 기록물에서 낯선 자에 대한 대응에 따라 정착민들의 윤리적 수준을 판단하는 언급이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소돔과 고모라의 일화에서 보듯이 낯선 자에 대한 정착민의 학대는 신이 인류를 심판하는 잣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즉, 이주는 오랫동안 인류와 함께 한 이슈였고 한 사회의 윤리적 수준을 가늠하는 잣대였다.

한민족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단군신화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더라도 고구려, 백제, 신라 등 3국의 건국에서 이주민들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이주민과 정착민 사이에서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를 알기 어렵다. 역사에는 원주민들이 가졌을 법한 적대감이 나타나 있지 않고, 그저 신화의 형식으로 비유되어 있을 따름이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한민족의 대규모 이주는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만주와 간도, 일본, 미국 등으로의 이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타국에서 때로는 정착민의 적대감에 고통을 받곤 했지만,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통해 우리 민족은 군주정을 버리고 민주공화국을 정체(政體)로 받아들여 대한민국을 수립할 수 있었다. 이 점에서 이주와 유랑의 역사는 우리 민족이 새로운 국가 정체성을 결정하는 데 핵심적 계기가 되었다. 헌법은 이를 전문에서는 ‘대한국민은 3ㆍ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란 문구로, 제1조 제1항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선언으로 이어서 표현한다.

아시아의 등대는 우리 사회가 이주민에게 가져야 할 새로운 시각과 윤리적 기준을 상징한다. 이 곳은 우리 민족이 부분적으로 갖고 있는 이주민으로서 정체성과, 한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이주민에 대한 우리의 인류애(그것이 종교적 기초이든 혹은 역사적 인식에 기초했든)를 드러낸다. 이주민에 대한 선입견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사회의 선의에 기초해서 아시아의 등대가 이주민과 정착민이 화합하고 상생하는 공간으로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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