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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진격의 이엘리야, 악역 벗고 날개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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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인터뷰] 진격의 이엘리야, 악역 벗고 날개 달았다

입력
2018.07.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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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년 만이다. 2013년 데뷔 이후 절반 이상의 시간동안 줄곧 악역을 도맡아왔던 이엘리야는 최근 종영한 ‘미스 함무라비’를 통해 실로 오랜만에 새로운 캐릭터를 입고 날아올랐다.

악역을 내려놓고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은 덕분인지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엘리야의 표정과 말투에서는 행복함이 묻어났다.

“오랜만에 이렇게 배우로서 사람으로서 행복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어요. 그래서인지 굉장히 특별하고 따뜻한. 감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너무 감사한 것 같아요. 아직 시청자 분들의 반응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주변에서 호평을 많이 해주셔서 그것 또한 감사한 마음이에요.”

이엘리야는 ‘미스 함무라비’에서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44부 속기 실무관이자 인기 웹소설 작가인 이도연 역을 맡았다. 극 후반부가 돼서야 밝혀진 이엘리야의 인기 웹소설 작가 정체는 극 초반 이도연이라는 캐릭터를 더욱 미스터리하고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이엘리야는 “처음 시놉을 받았을 당시에는 저 역시도 이도연을 보고 ‘이 여자는 뭐지?’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도연이라는 인물은 굉장히 입체적인 인물이에요. 그래서 캐릭터를 잘 그려내기 위해 스스로 완급 조절을 하려고 노력했엇죠. 처음부터 표정이나 감정을 드러내버리면 작가라는 베일에 쌓인 직업이 예측 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스스로 담담하게, 너무 많은 감정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힌트를 주지 않기 위한 밀당을 했었죠.(웃음)”

오랜만에 악역을 탈피했다는 것 외에도, ‘미스 함무라비’ 속 이도연은 이엘리야에게 특별한 인물이었다. 이엘리야는 “작품 속 도연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사실 저는 굉장히 상처를 많이 받는 성격이에요. 배우로서도 그렇고, 사람으로서도 그렇고.. 그런데 극 중에서 도연이가 ‘내가 모든 사람들과 친구가 될 필요는 없다’는 대사를 하거든요. 도연이의 그런 생각에서 제가 한 수 배웠죠.(웃음) 당장 제가 직면한 오해들에 대해 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시간의 힘을 믿어보자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다독이게 됐어요. 여러모로 도연이는 저보다 훨씬 내면이 단단한 여자인 것 같아요.”

이엘리야가 이도연이라는 캐릭터로부터 배운 점은 비단 성격적인 부분만이 아니었다.

“사실 도연이와 저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연애 스타일에 있어요. 저는 연애에 있어서 제 감정들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걸 어려워 하는 편이거든요. 조심스럽고 서툰 것들이 많은데, 도연이는 먼저 정보왕에게 ‘모험을 하고 싶다’고 표현했잖아요. 그 표현이 도연이에게 정말 한 수 배우고 싶은 멋진 부분이었죠. 돌아보니 도연이에게 참 많은 걸 배웠네요.(웃음)”

자연스럽게 연애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며, 문득 사람 이엘리야의 연애에 대한 궁금증이 밀려왔다. 연애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대답을 내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달리 이엘리야는 연애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전했다.

“저는 데뷔 전까지 연애를 했을 때 순정파가 됐었어요. 제 에너지를 오롯이 상대방에게 쏟았던 거죠. 그래서인지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연애보다는 일에 집중하고 제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은 것 같아요. 언젠가 정말 좋은 분이 나타나면 제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며 애를 해 나갈 수 있는 시기도 오지 않을까 싶긴 하지만, 습관이라는 게 무서운 것처럼 한동안 연애를 안 하다 보니 연애에 대한 생각 자체를 많이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끔 ‘내가 좀 독특한 면이 있구나’ 싶기도 해요.(웃음) 연애하는 친구들 보면 그 특유의 사랑스러움이 있거든요. 애교도 부릴 줄 알고. 저는 아직 조금 더 연마를 해야할 것 같아요.”

내년이면 서른을 앞둔 만큼, 조심스럽게 결혼에 대한 그녀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빠르면 서른 후반 쯤 하지 않을까요?(웃음) 진짜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것 같아요. 어쩌면 제 스스로 의존적인 삶을 살기보단 스스로 뭔가를 성취해 보자는 도전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좋은 분을 만나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게 되면 제 가치관에 큰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는 제 스스로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이엘리야를 성장시켜 나가보고 싶어요.”

2013년 tvN ‘빠스켓 볼’로 데뷔, 올해로 데뷔 6년차를 맞은 이엘리야는 탄탄한 필모그래피로 자신의 페이지를 차곡차곡 채워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엘리야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잘 걸어왔다”는 말로 자부심을 드러냈다.

“걸을 때는 잘 몰랐고, 힘들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사회 초년생에서 변화하는 과정들을 겪으면서 돌아봤을 땐 잘 걸어온 것 같아요.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더 많겠지만 커리어적인 부분을 떠나서 사람 이엘리야로서 지키고 싶은 부분을 지키면서 왔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더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아요.”

이제 갓 악역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연기에 대한 물꼬를 트기 시작한 이엘리야는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무궁무진하다.

“제 스스로 변신에 대한 갈증이 있어요. 이도연이라는 인물은 어쩌면 앞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엘리야가 많이 투영된 인물이었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번 캐릭터 외에도 아직 보여드리지 못한 모습들이 너무 많아요. 이제 갓 악역의 이미지를 벗게 된 만큼 보여드리지 못한 것들을 보여드리며 좋은 연기로서 다가가고 싶은 갈증이 있어요.”

이렇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많은 만큼, 그녀가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엘리야는 의외로 “명확한 욕심이 없다”는 답을 내놨다. 예상 밖의 답변에 의문이 들었지만, 이어진 이엘리야의 설명에 그 답이 담은 의미를 깨달을 수 있었다.

“꼭 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는 특별히 없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도 순리에 맞게 자연스럽게 걸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자연스럽게 제가 만날 수 있는 인물들을 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뭔가 특정한 장르나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욕심보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무궁무진하다 보니 제 스스로 한정짓지 않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래서 ‘하고 싶다’는 명확한 욕심이 없는 것 같아요.”

약 5개월 밖에 남지 않은 2018년 이엘리야의 목표는 “20대를 돌아봤을 때 자신에게 감동받을 수 있는 마무리를 하자”다. 갓 ‘미스 함무라비’를 마친 그녀는 이번 달, 차기작 ‘엑스텐’ 크랭크인에 돌입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한 쉴 틈 없는 연기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은 ‘보고싶은 배우’이고 싶어요. 한 작품을 할 때 마다 매 번 다른 면을 보여드리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이럴 때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해요.”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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