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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중금속 나오는데… 핵심 정보 감추는 화장품

입력
2018.07.28 09:00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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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성분 표시제 2008년에 시작

업계 “성분 배합은 기밀사항이라”

함량 표시 않고 표기 순서는 제각각

천연 방부제 사용 급증하는데

제조회사ㆍ당국은 점검 ‘나 몰라라’

수없이 많은 화학 물질이 섞여 있는 화장품 라벨에는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화학 용어만 잔뜩 적혀 있을 뿐 정작 이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사진 김주성 기자, 그래픽 신동준 기자
수없이 많은 화학 물질이 섞여 있는 화장품 라벨에는 일반인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화학 용어만 잔뜩 적혀 있을 뿐 정작 이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를 전혀 알려주지 않고 있다. 사진 김주성 기자, 그래픽 신동준 기자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은 지난 10일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생활용품점의 화장품에서 배합금지원료인 중금속 ‘안티몬’이 기준치의 10배 넘게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연구원이 2월부터 4월까지 문구점, 편의점, 생활용품점 6개 업소에서 팔고 있는 색조 화장품류, 눈 화장품류 등 59개 제품을 대상으로 중금속 안정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였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안티몬 피부염 환자는 코피, 후두염, 인두염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중독 시 급성으로 구토, 설사 등이 유발될 수 있고 만성적으로 접촉하면 심장, 폐, 간, 신장 등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2004년 충남 연기군 안티몬 생산 공장 주변 마을 주민의 집단 암 발병 사례와 함께 안티몬이 발암성 물질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안티몬이 검출된 제품은 전량 폐기됐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앞서 3월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도 안티몬 허용 기준을 어겨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를 받았다.

안티몬 등 수많은 화학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은 원료 단계부터 무엇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철저히 따져 볼 수 있어야 하지만 현재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연히 소비자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화학 교과서를 읽는 듯한 어려운 용어뿐

현재 국내에서는 ‘화장품 전 성분 표시제’에 따라 화장품에 관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다. 이 표시제는 화장품이 어떤 구성으로 이뤄져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알려 주자는 취지로 2008년 시작됐다.

화장품법에 따르면, 제품 이름, 제조업자, 제조판매업자의 이름과 주소, 제조번호, 사용기한 또는 개봉 후 사용 기간, 성분, 내용물 용량 또는 중량, 가격, 기능성 화장품 표기, 주의사항 등을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표시제가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완벽히 해소해 주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함량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저 많이 들어 있는 성분이 앞쪽에 적혀 있다는 것뿐 얼마나 들어 있는지 알지 못한다. 심지어 1% 이하로 함유된 성분은 업체가 마음대로 표기 순서를 정할 수 있어 순서만으로 분량을 유추할 수도 없다.

화장품은 갖가지 화학 물질이 섞여 있고 적은 양의 차이도 안전과 직결되는 상품이지만 자세한 성분을 알 길이 없으니 소비자는 답답한 노릇이다. 화장품 회사들은 화장품 성분 배합은 기밀 사항이라 만약 함량이 공개되면 경쟁사가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며 표기를 반대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표시제에는 예외도 많다. 용량이 10㎖ 이하 또는 10g 이하일 경우에는 화장품, 비매품(샘플), 원료 자체에 든 안정화제, 보존제(방부제), 부수적 성분은 표기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방부제를 안 썼다고 주장하는 화장품에서도 원료 자체에 들어 있는 보존제 때문에 방부제가 검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일부 화장품 제조 업체들이 원료 성분을 철저히 확인하지 않은 채 아예 없다고 하는 것은 과대 광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년 사이에 각종 추출물의 이름을 딴 천연 방부제가 수많은 제품에 쓰이고 있지만 화장품 회사들은 이를 철저히 점검하지 않는다”며 “게다가 화장품업은 허가제가 아니라 등록제이고 제품이 나온 뒤 수거 검사를 할 뿐이라 출시 시점에는 원료 제공 업체의 양심을 믿는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식약처가 정한 59개 물질만 살짝 바꿔는 눈속임 잡기 어려워

현재 국내에는 천연방부제 관련 별도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국제화장품원료규격집(ICID)에 등재된 보존제 59개에 대해서 사용량 제한기준을 만들어 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59개 외의 물질을 가지고도 얼마든지 방부제를 만들 수 있고, 실제 그렇게 만들어진 방부제가 화장품 제조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걸러 낼 수 없다”며 “단속되더라도 행정 처분 정도 받고 만다”고 전했다. 심지어 식품의약품안전처 측은 “원료 물질 제조 업체는 화장품법상 등록관리 대상인 화장품 제조업체나 제조판매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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