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2개월 만에 1심 마무리
국정원서 35억 상납받은 혐의
중앙지법, 국고손실 유죄 인정
“권한 남용해 자금 지원 요구하고
사저, 의상실 등 사적 용도 사용”
새누리당 공천개입도 유죄 판단
재판 TV 중계됐지만 朴 불출석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돼 징역 24년을 받은 후 또 한번 법의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66)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1년 남짓 이어진 1심 재판들에서 박 전 대통령은 21개 혐의 중 18개가 유죄로 인정돼 모두 32년에 달하는 징역형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 성창호)는 20일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국고손실 혐의)에 대해 징역 6년과 추징금 33억원, 옛 새누리당 공천 개입(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등 총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재임 중인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국정원으로부터 총 35억5,000만원의 특활비를 상납 받은 혐의에 대해 횡령에 의한 국고손실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다. 대통령이 직접 특활비를 요청해 범죄를 적극적으로 지시한 데다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무거운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적법 행위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권한을 남용해 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지속적으로 수수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또한 교부 받은 특활비 일부를 사저 관리나 의상실 유지비용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뇌물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뇌물죄 성립 요건인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통상 공무원 간에 뇌물 수수를 인정하는 경우는 특별한 청탁을 매개해서 뇌물을 수수하거나 적어도 어떤 계기가 있어 하급자가 상급자에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며 “특활비가 대통령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지급됐다는 점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앞서 열린 다른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준 사람(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이를 방조한 측근 비서관들(안봉근, 이재만,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뇌물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것과 같은 취지다.
2016년 4·13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도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새누리당 내에서 자신과 견해를 달리한다는 이유로 특정한 세력을 배척하고 자신을 지지하는 인물들을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키고자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대통령으로서의 헌법적 책무를 방기하여 헌법의 근본가치인 대의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정당의 자율성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로 그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뇌물죄를 인정하지 않은 데 대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직무상 상하관계에 있는 하위 공무원이 상급자에게 나랏돈을 횡령해 돈을 주면 뇌물이 아니고, 개인 돈으로 돈을 주면 뇌물이라는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은 국정농단 1심 선고공판에 이어 두 번째로 TV 생중계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 전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그의 지지자들은 이날도 선고가 이뤄진 법원종합청사 417호 대법정을 가득 메웠다. 이들은 선고가 끝난 후 법정에서 “인민재판 중단하라”, “무죄 대통령 석방하라” 등을 외치다 경위들의 제지를 받았다.
이번 재판을 끝으로 국정농단 사건을 포함한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은 약 1년 2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박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을 통해 총 21개 혐의 중 18개 유죄로 징역 총 32년, 벌금 180억원, 추징금 33억원의 처벌을 받게 됐다. 1심 결과가 확정되면 만기 출소 나이는 98세이다.
다음달 24일에는 국정농단 사건 2심 재판이 열린다. 검찰은 이날 오전에 열린 국정농단 사건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1심과 같은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