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번호이동 수치 역대 최저 기록
이통사 유지하고 폰만 바꾸는 추세 늘어
샤오미ㆍ화웨이 등 자급제 시장 공략 가속화
휴대폰을 구매할 때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이통사 요금제와 상관없이 온라인 쇼핑몰, 휴대폰 판매점 등을 통해 기기만 별도로 판매하는 자급제 시장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자급제용으로도 내놓으며 활성화하기 시작한 이 시장에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들도 뛰어드는 추세다.
20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올 1~6월 번호이동 수치는 193만7,868건을 기록했다.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역대 최저에 해당하는 수치다. SK텔레콤에 따르면 가입자의 해지율은 최근 1%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이통3사 해지율이 2~3% 사이였던 것과 비교하면 번호이동 시장이 얼마나 정체 상태인지 알 수 있다.
과거에는 이용자들이 휴대폰을 구매하면서 높은 지원금을 주는 곳으로 이통사를 바꾸는 게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번호이동은 이동통신 시장의 활성도를 가늠하는 지표였다.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꾸준히 줄긴 했지만, 2015년~2017년까지만 해도 반기별 번호이동 수치는 250만~300만건 안팎을 유지했다. 이 수치가 올 들어 200만건 밑으로 떨어진 것이다. 신규 스마트폰이 출시돼도 이통사를 바꾸지 않고 기기만 변경하는 경우가 대세로 자리잡은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지원금 대신 요금을 할인받을 수 있는 선택약정 할인제도 활성화의 영향이 컸다. 고가 스마트폰에도 지원금이 적게 책정되니 선택약정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었고, 지난해 9월에는 정부가 선택약정 할인율을 25%로 올리면서 지원금 때문에 이통사를 바꾸는 것보다 요금 할인 혜택이 훨씬 커졌다. 지난 5월말 기준 선택약정 이용자는 2,207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34.2%에 달한다.
이통사 관계자는 “지원금을 활용해 기기 할부금을 낮추는 것보다 매달 25%씩 요금을 할인받는 게 이득이 크다 보니, 고가 요금제에 가입할수록 높은 지원금이 지급되는 구조의 실효성이 낮아진 것”이라며 “기기 변경만 하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제조사들도 대리점을 통하지 않고 스마트폰만 판매하는 자급제용 모델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급제 시장 확대는 그 동안 국내 유통망과 결속이 약해 국내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던 외산폰들에도 호재라는 게 이통업계의 분석이다. 자급제에서는 기능과 출고가가 주요 기준이기 때문에 특히 높은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앞세우는 중국 제조사들이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샤오미는 지난 5월 ‘미(Mi) A1’에 이어 최근 29만원대 ‘홍미노트5’를 11번가에서 자급제용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화웨이도 ‘노바 라이트2’로 국내 자급제 시장에 처음으로 제품을 출시한다.
휴대폰 유통업계 관계자는 “작년 자급제 시장은 자급제용으로 나온 스마트폰 종류가 별로 없어 전체의 10%로 추산되지만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갤럭시A6’ ‘갤럭시J6’ 중저가 기종도 자급제 제품군에 포함하는 등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실속형 제품들을 중심으로 경쟁이 점차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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