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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話] 부화뇌동 4년, 축구기자의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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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석의 축구話] 부화뇌동 4년, 축구기자의 반성문

입력
2018.07.21 09: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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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월드컵 후 연일 축구대표팀과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날 선 비판이 나온다.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한 제언도 차고 넘친다. 축구협회가 새 사령탑 영입 작업에 들어가자 온갖 훈수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4년을 조목조목 돌아보고 따지는 건 언론의 책무지만 한편으로 민망하고 겸연쩍다.

한국 축구 역대 외국인 지도자 중 ‘최악’이라는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부임 초기 분위기는 어땠나. 경기 내용은 안 좋아도 승승장구한다고 해서 ‘실학축구’ ‘다산 슈틸리케’, 선발하는 선수마다 맹활약한다고 ‘뽑기축구’라는 단어들이 유행했고, 언론도 끊임없이 받아쓰며 칭찬을 늘어놓기 바빴다. 그러나 그의 밑천이 드러나자 ‘갓틸리케’라 칭송하던 언론은 반대로 ‘탓틸리케(선수 탓을 한다)’ ‘슈팅영개(유효슈팅 0개)’라 부르며 조롱하고 짓밟았다.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은 슈틸리케 감독이 처음 왔을 때부터 몇 가지 이상신호를 감지했다고 한다. 클럽이든 대표팀이든 높은 수준의 팀에는 각 분야의 식견 높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보통 감독들과 패키지로 함께 움직여 ‘누구누구 사단’이라 불린다.

팬들이 아직도 그리워하는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의 전술, 전략은 사실 핌 베어벡(나중에 한국대표팀 감독 역임)의 작품이었다.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성시대를 이끌 때 스티브 맥클라렌, 카를로스 케이로스(현 이란 감독)라는 뛰어난 책사가 있었다. ‘수비축구의 대가’로 꼽히는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 옆에는 ‘시메오네의 왼팔’이라 불리는 오스카 오르테가 피지컬 코치가 늘 함께 한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이 데려온 스태프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 달랑 1명이었다. 축구협회는 피지컬 전문가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슈틸리케 감독의 말동무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 훈련 때 조깅만 맡는다고 해서 선수들 사이에서는 ‘조깅코치’란 비아냥을 들었다. 축구협회는 “슈틸리케 감독이 코치 보강을 원치 않으니 월드컵 진출에 성공한 뒤 논의하겠다”고 설명했고 언론도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한 뒤 부랴부랴 스페인 출신의 호화 코치들을 영입했지만 효과가 있었는지 미지수다. 한 축구인은 “시험이 코앞인데 비싼 돈 들여 일급 과외선생을 붙인다 한들 점수가 얼마나 오르겠느냐”고 쓴 소리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잘 나갈 때 협회 후원사 행사는 물론 각종 봉사활동 등에 귀찮은 내색 없이 얼굴을 내밀어 호평을 받았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정치인처럼 너무 언론플레이에 치중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지적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고 꼬집었다. 행사 참여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모습에 도취돼 정작 지도자로서 능력을 검증하는 데 인색했다는 의미다.

축구 기자들이 ‘집단 도그마’에 빠진 것처럼 하나같이 문제의식이 옅어졌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뭉툭한 펜에서 날카로운 글이 나올 수 없는 노릇이다. 도 넘은 비난과 조롱으로 인격살인을 일삼는 여론몰이에 언론이 중심을 못 잡고 부화뇌동하는 행태는 또 여전하다.

‘한국 언론은 우리 축구를 16강으로 이끌만한 품격을 갖췄는가.’ 얼마 전 한 동료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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