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 민족 나라’라고 법률에 명시, 아랍어 공용어로 격하
900만 명 인구 20% 차지 아랍계 “2등 시민 공고화” 비판
이스라엘이 19일(현지시간) 국가 정체성을 ‘유대민족의 나라’로 규정하는 법안(유대민족국가 기본법)을 제정했다. 자국 내 아랍인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전면으로 부정하는 내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결정적 순간”이라고 환영했으나, 아랍인들은 “2등 시민이 되라는 노골적인 인종차별 법”이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회는 이날 8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유대민족국가 기본법을 찬성 62표, 반대 55표로 통과시켰다.
법안은 이스라엘의 정체성을 유대인의 국가라고 규정하고, 더 많은 유대인을 정착시켜 공동체를 설립하는 것을 국가 이익이라고 명시해놨다. 또 유대인 고유 언어인 히브리어를 유일한 국어로 규정하고, 아랍어는 공용어로 격하했다. 수도 예루살렘은 유대인의 역사적인 고향으로서 ‘전체적이고 단합된’ 도시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스라엘 인구(900만 명) 중 20%를 차지하는 아랍인들은 크게 반발했다. 가뜩이나 이스라엘 내 아랍 시민은 이미 교육 주거 보건 등 사회 서비스에서 2등 시민 대우를 받고 있는데, 법안이 적용되면 이 같은 차별이 법적으로 공고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랍계 아메드 티비 의원은 “민주주의에 대한 죽음”이라고 비판했고, 아랍인 권익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아달라는 “명백한 인종차별 정책으로, 민족적 우월성을 높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이스라엘 시민의 민주주의 권리를 계속 보장할 것이지만, 다수가 누려야 할 권리도 있고, 다수파가 결정해야 한다”며 법안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