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야구 수학 토크 콘서트 성황
타순 배치ㆍ투수 교체에 통계 활용
야구 속 수학 쉽고 재밌게 풀어내
학생ㆍ교사 600명 몰리며 조기마감
美ㆍ日도 야구 수학 접목 교실 인기
“한동민 선수가 5타석에서 4홈런을 칠 확률은 얼마일까요? 이항정리를 활용하면 0.01%에 불과합니다.”
“타구 속도가 160㎞라고 가정했을 때 홈런을 만드는 이상적인 타구는 20~30도입니다. 왜 45도가 아닐까요? 이론적으로는 정지했을 때 45도가 이상적이지만 야구는 살아 있는 공을 치고, 타자 앞에서 공이 떨어져 이런 차이가 생깁니다.”
야구의 꽃인 홈런을 수학으로 푸는 시간, 학생들의 눈이 번쩍였다. 인천 지역 초ㆍ중ㆍ고 학생과 교사 600명은 18일 인천 문학경기장 내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인천 SK 야구 수학 토크 콘서트’를 1시간 넘게 즐겼다. 수학은 어렵고 딱딱하지만 이날만큼은 ‘수포자(수학포기자)’도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 속 수학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야구는 수학과 밀접한 스포츠다. 타순 배치와 투수 교체 등을 할 때 통계를 활용하고, 선수단도 수학적 분석을 통해 구성한다. SK는 종목 특성을 살려 야구에 수학을 녹이는 방법을 찾았고, 스포츠와 교육을 접목시켰다. 또 인천을 연고로 하는 구단으로서 교육 활동을 통한 지역사회 기여 목적도 있었다.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출신인 SK 데이터 분석원 배원호 매니저와 인천 인항고 홍석만 수학교사가 나선 이번 행사는 예상을 뛰어 넘는 호응이 따랐다. 당초 200명 정도를 예상했지만 600명이 몰렸고, 감당할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서 일찍 접수를 마감해야 했다. 장소도 야구장 내 위생교육장에서 인근 웨딩홀로 긴급히 바꿨다.
배원호 매니저는 “이 정도 규모로 유료(8,000원) 수학 교육 행사가 진행된 것은 국내 구단에서 처음”이라며 “호응이 좋아 정례화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상준 덕성여대 수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야구가 결합된 강연을 듣고, 경기 관람을 하면서 수학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SK가 기대하는 궁극적인 효과는 야구와 수학의 융합을 통한 야구단에 대한 관심 증대다. 그래서 강의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퀴즈, 치어리더의 응원타임, 구장 소개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미국과 일본에서도 야구와 수학의 접목은 인기 프로그램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구단은 지난해 야구 수학 교실을 열었는데, 25개 학교에서 2,100명이 참가했다. 학생들은 피츠버그 선수 카드를 이용해 통계 학습을 하며, 시뮬레이션 야구 경기를 토너먼트로 진행해 각 클래스별 우승자에게 월드시리즈 챔피언이 되는 기회를 준다. 지미 버넷 중학교 교사는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야구 통계에 수학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알려주고, 팀이 이길 수 있는 방법도 찾아낼 수 있어 학생들이 수학 교실에 참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했다.
일본프로야구의 지바 롯데는 이달 지바교육위원회 후원을 받아 ‘마린즈 수학 교재’를 초등학생 5만명에게 무상 배포했다. 야구를 내용으로 한 수학 문제를 담았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단계별로 제작했다. 또한 지바 롯데 선수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교재를 전달하면서 문제도 같이 푸는 시간을 가졌다.
인천=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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