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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시장 “옷 벗고 합시다” … 공공기관장 자진사퇴 메시지?

입력
2018.07.19 17:33
수정
2018.07.1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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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하 기관장 회의석상 발언 놓고

“알아서 나가라는 거냐” 설왕설래

참석자 중 두세 명 옷 안 벗고 버텨

이용섭 광주시장이 19일 오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시 산한 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공공기관장 인사 방침과 민선 7시 시정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이용섭 광주시장이 19일 오전 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시 산한 공공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공공기관장 인사 방침과 민선 7시 시정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광주시 제공

“자, 웃옷 벗고 합시다.”

19일 오전 이용섭 광주시장이 광주시청 중회의실에서 시 산하 공공기관장 회의를 시작하기 앞서 참석자들에게 한 말이다. 연일 계속되고 있는 폭염을 의식한 발언이기는 했지만, 취임 이후 공공기관장 물갈이 인사를 예고한 뒤에 나온 것이라 더 주목을 끌었다. 전임 시장 사람들이 대부분인 공공기관장들에게 은근히 ‘알아서 옷을 벗고 나가라’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이 시장은 “날씨가 많이 덥다”면서 먼저 웃옷을 벗은 뒤 회의에 참석한 18명의 공공기관장들에게도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옷을 벗으라”는 이 시장의 갑작스런 발언에 참석자들의 표정은 순간 굳어졌다. 공직사회에서 옷을 벗는다는 건, 퇴직이나 사퇴를 의미한다는 걸 모를 리 없던 터였다. 이 시장의 발언에 회의장 분위기가 머쓱해지자 한 참석자가 “(웃옷은 벗어도)벨트는 못 내린다”는 농담을 던졌고, 이후 참석자들은 하나 둘씩 웃옷을 벗었다. 그러나 두세 명은 끝내 웃옷을 벗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장의 웃옷을 벗자는 발언에 대해 시청 안팎에선 이 시장이 공공기관장들에게 스스로 물러나라는 압박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실제 이 시장은 이날 회의에서 “시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선출된 임면권자는 시민권익과 광주 발전에 적합하지 못한 기관장 교체권한을 시민으로부터 위임 받았다”며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저와 철학ㆍ가치가 같지 않으면 함께 갈 수 없다”고 말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의지를 극명히 드러낸 것이다.

이 시장은 그러면서 “올 하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에 대한 임기는 보장하되 내년 이후 임기 만료자에 대해서는 경영성과에 대한 평가 등을 참고해 임기보장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임기가 남아 있더라도 저평가를 받은 공공기관장에 대해선 해임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 임기가 만료되는 공공기관장은 2019년 7명, 2020년 7명, 2021년 1명 등 모두 15명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공공기관장은 “공직사회에서 인사에 민감한 시기엔 식사자리나 회의석상에서 웃옷을 벗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이 시장의 옷을 벗자는 발언은 여러가지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이 시장은 평소 간부회의를 할 때도 웃웃을 벗고 편하게 회의하자는 말을 자주 한다”며 “이 시장의 발언을 너무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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