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서 대신 태블릿PC 활용
서명 한 번에 계좌 5분 만에 개설
디지털화 가속 인력 감축 우려도
은행 창구에서 종이가 사라지고 있다. 태블릿PC가 기존 은행에서 작성했던 종이 신청서를 대체하면서 업무 효율성과 고객 편의성이 높아지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19일 종이 신청서 대신 창구에 설치된 태블릿PC에서 예금, 펀드, 신탁, 외환, 대출 등 1,700여개 금융상품 가입 및 신청이 가능한 ‘하나 스마트 창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 창구에서는 종이 신청서로 통장과 카드를 발급 받을 땐 8번이나 써야 했던 이름과 서명을 단 한 번만 쓰면 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15분이나 걸렸던 계좌 개설이 스마트 창구에서는 5분 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퇴직연금 등 가입이 복잡한 일부 금융상품은 여전히 종이 신청서를 사용해야 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스마트 창구에서는 서명 등 필수정보가 빠지면 자동으로 체크해주는 기능이 있어 직원들의 불완전판매가 줄어들 수 있다”며 “업무 효율이 높아지고 종이 비용 등 연간 300억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대부분이 종이 신청서를 태블릿PC로 전환하는 추세다. 지난해 3월 ‘디지털 창구’를 도입한 신한은행은 900여개 전 영업점에 적용 중이다. 예금, 대출, 환전 등 150여 종류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하루 평균 9만여건의 문서가 전자 처리된다. 디지털 창구에서 처리되는 업무가 전체 60%가 넘는다.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종이 신청서를 없앤 IBK기업은행(2015년 12월)도 630여개 전 영업점에 전자 문서 시스템을 도입해 연간 5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디지털 창구를 마련한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연내 전 영업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한다. 우리은행도 내년 상반기 태블릿PC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 창구에선 상품가입뿐 아니라 투자상담도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올 3월부터 각 창구 태블릿PC에서 금융상품별 비교분석이 가능하도록 표준화한 양식을 적용해 고객 맞춤 상담을 하고 있다. 예컨대 펀드 등에 가입할 때 비슷한 상품끼리 금리, 수익률 등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고, 상품 안내서도 전자 문서로 볼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종이 통장과 신청서가 사라지고 앞으로 창구 직원이 제공했던 서비스들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무인화 기기에서 처리하게 되는 등 빠르게 디지털화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효율성이 좋아진 건 맞지만 인력 감축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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