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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ㆍ담] “수소차는 움직이는 에너지원... 日처럼 국가 프로젝트로”

입력
2018.07.19 20:0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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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수소차 ‘넥소’ 양산 

 핵심부품 독보적인 기술 갖춰 

 초미세먼지 99.9% 제거 ‘친환경’ 

 국가 경쟁력 높일 새로운 시장 

 수소 유출돼도 폭발 위험 적어 

 충전소 등 인프라 확충이 필수 

이기상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왼쪽)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세계 최고의 수소차 ‘넥소’를 본격 양산함으로써 수소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논의를 촉발시키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이기상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왼쪽)은 장인철 논설위원과의 대담에서 “세계 최고의 수소차 ‘넥소’를 본격 양산함으로써 수소에너지 생태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진지한 논의를 촉발시키게 된 것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배우한 기자

현대자동차의 최근 TV CF는 광막한 우주공간 속에 보랏빛 은하가 아름답게 펼쳐지는 장엄한 영상으로 시작한다. 그리곤 “수소, 우주의 75%. 그 무한한 수소가 자동차의 에너지가 되다”라는 선언과 함께 수소전기차(FCEVㆍ수소차)가 어두운 숲길을 밝히며 나아가는 장면이 흐른다. 그게 끝이 아니다. 이윽고 자동차가 차고에 도착하자 자동차와 집의 전원이 연결된다. 그리고 “자동차는 수소로 에너지를 만들어 움직이는 에너지원이 된다”는 내레이션이 이어진다.

‘더 하이드로젠 에이지(The Hydrogen Age)’라는 제목의 이 CF는 매우 인상적이지만, 왠지 공상과학소설(SF)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석유 대신 수소가 자동차 동력의 에너지원이 된다는 얘기도 그렇고, 자동차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얘기 역시 대중들에겐 아직 생경하다. 하지만 현대차가 3월 2세대 수소차 ‘넥소’의 양산 및 시판에 들어가면서 CF는 엄연한 현실이 됐고, 2018년은 우리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는 혁명적 분수령이 됐다.

수소차는 기존 자동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연료전지’에서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거쳐 발전이 이루어지고, 그 전기를 이용해 구동모터를 돌리는 식이다. 따라서 넥소 본격 시판은 사회적으로는 수소를 활용하는 새로운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는 출발이기도 하다. 자동차 진화에 따라 새로운 부품산업이 일어나고, 새로운 발전시스템도 수많은 후방산업을 일으키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월 자율주행기능을 탑재한 넥소를 직접 타며 혁신성장을 거론하고, 정부가 최근 2022년까지 ‘수소차 생태계’ 구축에 2조6,000억원의 민관투자계획을 확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아직 성공을 확신하기엔 이른 ‘가능태’이다. 일본은 인프라 여건 등을 감안해 기존 휘발유차와 미래형 전기차를 절충하는 현실적 선택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당장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아예 차세대 자동차 개발 승부수를 전기차에 두고 거기에 국가 전략과 자본을 집중시키고 있는 중이다. 전기차는 석유차보다 먼저 개발됐지만 시장의 힘에 밀려 100년 동안 사장됐다. 아무리 수소차가 좋아도 미래의 시장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는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우리 수소차 기술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이끈 주역인 이기상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으로부터 수소차의 현주소, 기대와 의구심 등에 관해 들었다.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로 아직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가 대세인 것 같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차이점과 수소차를 가장 진화한 친환경차로 꼽는 이유는.

“전기가 구동에너지라는 점에서 둘 다 전기차다. 다만 전기차는 생산된 전기를 자동차에 탑재된 배터리에 충전시켜 쓴다. 반면 수소차는 LPG 차량처럼 차량 내 탱크에 충전된 수소를 대기 중 산소와 결합해 물을 생성시키는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자체 생산해 그걸 쓴다는 점이 다르다. 전기차는 따로 엔진 역할을 하는 부품이 없는 반면, 수소차는 물 생성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연료전지가 있어 자체 발전의 엔진 역할을 한다. 전기차나 수소차나 모두 공해물질 배출이 전혀 없는 100% 친환경차다. 하지만 전기차는 어딘가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하는 차량이다. 반면 수소차는 전기를 생산하는 차량이다. 수소 충전시간도 5분 이내며, 항속거리도 내연기관 차량과 같은 수준이다. 화학반응 때 공기 중 초미세먼지를 99.9% 제거함으로써 ‘달리는 공기청정기’로 불릴 정도다.”

-올해 넥소 양산에 들어간 건 현대차가 차세대 자동차 개발에서 수소차에 배팅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선 다소 뒤처졌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는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차에서 뒤처졌다는 얘기는 옳지 않다. 넥소 출시 전인 지난해 1~9월 중 현대ㆍ기아 친환경차 글로벌 판매실적은 유럽에서 도요타에 이은 2위, 미국에서 도요타와 포드에 이은 3위를 기록할 정도로 선두권이다. 그럼에도 넥소를 개발해 세계 최초로 수소차 양산체제에 들어간 건 우리의 독자적 수소차 기술력이 세계 1등이기 때문이다. 2015년에 이미 미국 조사기관 ‘워즈오토’가 뽑은 세계 10대 엔진에서 도요타의 미라이를 제치고 FCEV가 처음으로 선정됐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뽑아내는 연료전지 핵심부품인 MEA 설계와 개발, 제어와 관련한 독보적 기술이 세계 최고의 수소차인 넥소 양산의 기반이 됐다고 자부한다.”

-CF처럼 수소차가 ‘움직이는 에너지원’으로써 보편적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 넥소 양산에 대한 기대도 기대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에서 향후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수소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고, 진지한 개발 논의가 시작됐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고 본다. 수소차는 2013년부터 우리가 세계 최초로 생산을 시작했는데, 정작 미래 ‘수소 사회’를 겨냥한 국가적 프로젝트는 2014년에 일본이 먼저 나섰다. 수소 생산부터 수송, 동력원 활용 계획 등 유기적인 수소 생태계 청사진이 마련되고 추진된 것이다. 도요타 수소차 ‘미라이’의 1호 고객이 아베 총리다. 그리고 아베 총리는 도쿄 시내에 수소충전소를 개소할 때마다 얼굴을 내민다. 아이들 상태(전원만 켠 주차 상태)로 둘 경우 넥소 한 대에서 10kW의 전기가 나온다. 10만대면 원전 한 기, 1GW의 예비전력을 국가가 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수소값 감안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다.”

-수소값 얘기 하셨는데, 그렇게 싼 값에 수소 생산이 가능한가. 오염물질 배출은 없나.

“3년쯤 전에 현대제철 옆에 수소공장을 세웠다. 수소 생산설비를 새로 구축한 게 아니라, 제철소 코크스를 식히기 위해 물을 부으면 뜨거운 온도 때문에 수소와 산소가 자연 분해된다. 그렇게 포집되는 수소를 ‘부생수소’라고 한다. 포항제철보다 현대제철이 작은데, 현대제철 한 군데에서만 나오는 수소 양만 해도 수소차를 연간 30만대 가동할 수 있는 규모다. 석유화학 공장과 원전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막대한 양의 부생수소를 포집할 수 있다. 현재 산지 부생수소 단가는 ㎏당 500원도 안 된다. 다만 가스 법규에 따라 트레일러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운송비가 더 비싸다. 수요 증가에 맞춰 파이프라인으로 운송하면 단가는 훨씬 싸진다. 향후 메탄 수증기 개질 처리 기술 등이 진전되면 완전 무공해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수소차가 대중화 하려면 충전 인프라 확충이 필수다. 지금 도심에 LPG 충전소만 설치하려 해도 주민 반대가 거센데 수소충전소에 대한 반감은 어떻게 해소할 건가.

“고압 수소탱크를 마치 수소폭탄만큼 위험한 것으로 여기는 오해가 있다. LPG가 위험한 건 유출될 경우 공기보다 무거워 가라앉게 되고, 그게 인화하면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수소는 가장 가벼운 기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유출 방지 시스템이 개발됐지만, 설사 유출돼도 폭발할 위험은 거의 없다. 일본은 가솔린주유소에 수소충전소를 같이 설치한다. 프랑스는 에펠탑 바로 옆에 수소택시 충전소를 설치했다. 그래도 천만 분의 일의 위험을 걱정하는 시각이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이해를 구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대차가 최근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아우디와 ‘수소차 동맹’을 맺었다. 배경과 기대효과는.

“폭스바겐그룹은 세계 1위 자동차메이커지만 연료전지 개발이 BMW나 벤츠보다 늦었다. 아우디로서는 경쟁사를 시급히 따라잡아야 했고, 우리로서는 국내 부품업체들의 공급망을 아우디로까지 확대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싶은 의지가 있었다. 우리 부품 공급망을 아우디에서 무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부분까지 협약을 맺었다. 도요타ㆍBMW, 혼다ㆍ벤츠 동맹과 3각 경쟁체제를 형성했다고 본다.”

-글로벌 수소차 메이커 중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는 어디인가.

“개인적으로 일본 도요타를 꼽는다. 그들이 하는 걸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이번에 우리가 도요타 미라이를 능가하는 넥소를 내놓았지만 2, 3년 후면 다시 뒤집힐 수도 있다. 방대한 분석과 미래 예측을 통해 한 번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면 10년, 20년, 30년 동안 전사적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다. 1997년에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를 처음 내놓기 전까지 개발기간 7년 간 당시 돈으로 1조엔을 투자했고, 출시 후 성능 문제로 리콜 등 말썽을 빚으면서 또 다시 1조엔의 순손실이 발생했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여 흑자로 돌아선 뒤 투자기간의 3분의 1도 안되는 기간 내에 투자와 손실액을 전액 회수했다. 저력이 있는 회사다.”

-현대차가 20여년 간 별로 이익도 나지 않는데 포기하지 않고 수소차 개발에 매진해온 건 매우 이례적으로 보인다.

“이익은커녕 지금도 넥소 한 대 팔면 700만~800만원 적자다. 1990년대 말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나가면 GM이든 포드든 앞다퉈 컨셉트카로 수소차를 내놨는데, 전기차 배터리 기술이 진보하면서 모두 포기했다. ‘포드가 10년 투자한 거 다 때려치우고 (수소차) 접었다’는 기사를 보면서 ‘내가 회사에 기여도 못할 쓰레기 같은 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자괴감도 들었다. 그런데 회사의 의지가 우직했다. 최고경영자는 ‘누가 너보고 돈 걱정하라 했나’라고 했다. 사회 기여 차원에서라도 수소 발전기술의 축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 인프라 확충과 후방산업 발전을 통해 2025년쯤 수소차가 본격적으로 대중화하면 수소에너지 생태계도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이기상 현대차 환경기술센터장은>

1958년생이다. 인하대에서 항공공학을 전공했고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설계팀 이사, 환경차시스템개발실장을 역임했다. 2005년 하이브리드 엔진 개발 때 직원들에게 “혹시 잡기든 공부든 운동이든 세계 1등 한 번이라도 해본 것 있으면 손 들어보라”며 도요타 프리우스를 능가하는 세계 1등 엔진을 개발하자는 ‘금메달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2016년 현대차 아이오니 하이브리드 엔진이 세계 최고 연비 인증을 받은 후 사비로 ‘금메달’을 제작해 550명 직원 전원의 목에 걸어주고, 막내 직원이 목에 걸어준 금메달을 가장 귀한 ‘보물’로 간직하고 있다. 전엔 직원들과 족구를 자주 했으나, 요즘은 ‘이래저래’ 뜸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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