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머질하자 체결력 급속 와해
“지진 발생하면 분리되는 수준”
“강도 시험 때 변위 50% 심해”
전문가들도 신공법에 우려감
#2.
신공법 업계는 “검증에 문제”
건설업계 적합성 논란 확산
국토부 “하반기에 검증ㆍ분석
아파트 등 건물 무게를 지탱하는 고강도콘크리트(PHC) 말뚝 시공 방식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말뚝을 기존 용접 방식이 아닌 볼트와 너트로 연결하는 신공법을 두고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주와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등 우리나라의 지질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국토교통부 등 관계 기관이 국민 안전 차원에서 논란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PHC 말뚝 제조사 모임인 한국원심력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은 19일 ‘볼트수직이음 PHC 말뚝 시공법’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며 전남 무안의 건설 현장에서 공개 검증 행사를 열었다. 국내 기업인 포유비앤비가 개발한 이 공법은 PHC 말뚝을 볼트와 너트를 이용해 체결(締結ㆍ묶음)하는 방식으로, 2013년 국토부 산하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으로부터 건설신기술 지정을 받아 현장 적용이 가능해졌다. 기존 용접식 공법에 비해 비용이 20~30%가량 저렴한 것이 장점이다. 아파트 건설 현장 등에선 지반에 콘크리트 말뚝을 박아 기초를 세우는데, 말뚝 1개 길이가 최대 15m라 그보다 깊이 말뚝을 심을 땐 두 개 이상을 체결하는 공법을 활용해야 한다.
볼트체결식 공법을 쓸 경우 말뚝 연결부에 휨 현상과 볼트ㆍ너트의 손상이 발생, 건물 구조가 불안해진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실제 이날 검증에서 토크치(볼트를 죄는 힘) 100Nm(권고치 80)로 조인 볼트 9개로 말뚝 두 개를 결합하고 건설 현장에서 통상적으로 적용하는 항타력(해머로 말뚝을 박는 힘)의 절반 수준으로 20~25회 말뚝을 박은 결과, 볼트 9개 중 하나만 60Nm의 체결력을 유지했을 뿐 나머지 8개는 10Nm 안팎의 체결력만 남은 것으로 측정됐다. 쉽게 말해 볼트가 말뚝을 제대로 묶을 수 없는 수준으로 풀린 것이다. 더 약한 항타력으로 10회가량 해머질을 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을 때도 볼트 8개의 체결력은 유지됐지만 1개는 29Nm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 측은 볼트체결식 공법을 적용하면 건축물을 안전하게 지탱해야 할 말뚝이 시공 단계에서 체결력이 거의 사라진 채로 땅에 박힌다고 주장했다. 검증을 주관한 김명학 인제대 교수는 “지진이 발생해 땅이 수평으로 흔들릴 경우 신공법으로 박은 말뚝들은 거의 분리ㆍ해체되는 수준이 될 것”이라며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만큼 국토부가 이번 검증 결과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볼트체결식 공법의 문제를 제기하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한국지반공학회는 당시 ‘PHC 말뚝의 볼트이음시공 안전성에 대한 검증 결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볼트수직이음 시공을 할 경우 ▦말뚝과 볼트 수직 이음부가 많이 벌어짐 ▦휨 강도 시험 때 용접이음 말뚝보다 변위가 50% 이상 심함 ▦타격 후 너트가 눌리고 찌그러짐 ▦볼트가 뭉개짐 등의 문제가 발생해 말뚝 안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유비앤비 측은 “공개 검증이라지만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킬 목적으로 진행된 만큼 객관성이 없다”며 “지난해 지반공학회 연구 결과 역시 규격 미달 제품을 자체 제작해 실험한 것으로 이와 관련된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반박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국토부는 이르면 하반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협조를 받아 볼트체결식 시공에 대한 검증 및 분석 작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국토부 기술정책과 관계자는 “무조건 신공법을 옹호한다거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논란과 문제점을 간과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객관적인 전문가들을 섭외해 가장 신뢰성 있는 검증을 통해 말뚝 체결 신공법의 안전성에 대한 판단을 최대한 빨리 내리겠다”고 밝혔다. 무안=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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