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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스… 역전… 코리아오픈 달구는 북한 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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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스… 역전… 코리아오픈 달구는 북한 탁구

입력
2018.07.19 16:05
수정
2018.07.19 22:11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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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팀 혼복 차효심-장우진조

세계랭킹 3위 꺾고 짜릿한 역전승

서효원-김송이는 랭킹1위에 석패

“北, 기본기 탄탄 쉽게 안 무너져”

혼합복식 단일팀인 차효심(왼쪽)-장우진이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홍콩과 16강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혼합복식 단일팀인 차효심(왼쪽)-장우진이 19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8 코리아오픈 탁구대회 홍콩과 16강전에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제가 뭐라고 했습니까? 잘 할 거라고 했잖아요.” 김택수 남자대표팀 감독이 상기된 표정으로 말했다.

혼합복식 남북 단일팀인 차효심(24ㆍ북)-장우진(23ㆍ남) 조는 19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신한금융 2018 코리아오픈’ 16강에서 세계랭킹 3위인 홍콩 두호이켐-웡춘팅 조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세트를 내준 뒤 2세트도 2-7까지 밀려 패색이 짙었지만 거짓말 같은 연속 득점으로 경기를 뒤집었다. 피 말리는 랠리 끝에 단일팀이 점수를 낼 때마다 엄청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차효심-장우진 조는 이어 8강에서도 홍콩의 리호칭-호콴킷 조를 3-0으로 완파하고 준결승에서 올라 최소 동메달을 확보했다. 둘은 이번 대회에 참가한 남북 단일팀 4개 조 가운데 가장 먼저 메달을 획득하는 기쁨을 누렸다.

북한 탁구가 코리아오픈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북한의 혼합복식 조인 김남해(22)-박신혁(24) 조는 일본의 이토 미마-모리조노 마시타카 조를 세트스코어 3-2로 돌려세우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4위로 이번 대회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였던 일본을 맞아 북한이 마지막 5세트에서 듀스 접전 끝에 14-12 승리를 거두자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김남해-박신혁은 8강에서는 중국의 순잉샤-왕추친 조에 아쉽게 2-3으로 석패했다. 그러나 1세트 때 무려 10차례나 듀스(19-21)가 이어지는 등 숨 막히는 랠리로 눈을 사로잡았다.

혼합복식 16강전에서 승리한 한국의 전지희-이상수(푸른 유니폼)가 단일팀인 유은총-최일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혼합복식 16강전에서 승리한 한국의 전지희-이상수(푸른 유니폼)가 단일팀인 유은총-최일과 악수하고 있다. 대전=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단일팀과 한국의 대결에서는 한국이 웃었다.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전지희(26)-이상수(28) 조가 단일팀인 유은총(25ㆍ남)-최일(25ㆍ북) 조를 3-1로 눌렀다. 매 세트 접전이 펼쳐진 승부였다. 김택수 감독은 “북한이 국제 경험이 적어 랭킹이 떨어지는 것일 뿐 기본기가 탄탄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김 감독이 북한 코칭스태프에게 “남북이 갈라져 있는데도 이 정도 실력이니 합치면 얼마나 잘 하겠느냐”고 말하자 북한 안철용 여자대표팀 코치는 “터가 좋아서 잘하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고 한다.

여자복식 단일팀인 김송(오른쪽)의 매서운 공격과 이를 지켜보는 서효원. 대전=연합뉴스
여자복식 단일팀인 김송(오른쪽)의 매서운 공격과 이를 지켜보는 서효원. 대전=연합뉴스
유은총(오른쪽)이 북한의 최일과 찍은 셀카. 유은총 제공
유은총(오른쪽)이 북한의 최일과 찍은 셀카. 유은총 제공

여자복식 16강에서도 명승부가 펼쳐졌다. 단일팀인 서효원(31ㆍ남)-김송이(24ㆍ북) 조는 세계 최강인 중국의 주유링(단식 1위)-왕만유(2위) 조에게 2-3으로 분패했다.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4세트 10-8에서 마무리 짓지 못하고 역전을 허용한 게 뼈아팠다. 마지막 세트에서 5-9까지 뒤지다가 9-9를 만들어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지만 9-11로 아깝게 무릎을 꿇었다. 이어 남자복식 16강에서 단일팀인 이상수(남)-박신혁(북) 조도 패트릭 바움(독일)-토마스 케이나스(슬로바키아) 조를 3-0으로 완파했다.

북한과 호흡을 맞춰 본 선수들의 소감은 남달랐다. 장우진은 “내가 너무 안 풀려 미안했는데 효심이 누나 덕에 안정을 찾았다”며 “효심이 누나는 남자 공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정말 잘 한다”고 엄지를 들었다. 서효원은 “김송이는 저보다 훨씬 좋은 선수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유은총은 경기 뒤 최일과 다정하게 셀카를 찍었다.

탁구의 경우 남북이 힘을 합치면 전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이번 대회에서 증명됐다. 서효원과 장우진은 “다음에 꼭 북한 선수와 파트너를 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개막 직전 갑자기 단일팀이 결정돼 연습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게 아쉬울 뿐이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에서 단일팀 코리아는 46일 간 합동훈련을 한 끝에 만리장성을 넘었다. 차근차근 준비만 한다면 2020년 부산 세계선수권이나 도쿄올림픽에서 또 한 번의 기적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남북을 응원하는 관중들. 대전=연합뉴스
남북을 응원하는 관중들. 대전=연합뉴스

대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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