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뽕 같은 하드 드럭(Hard Drug)을 대마초 같은 소프트 드럭(Soft Drug)으로 선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는 얘긴 이제 식상한 감이 있다. 그보다 이 책의 매력은 마약 이야기를 ‘약의 역사’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핵심은 19세기다. 군인과 노동자가 안심(?)하고 죽고 죽이며, 엄청난 작업량을 소화토록 하기 위해 이 때 강력한 마약들이 쏟아진다. 아편에서 모르핀이, 코카인이, 나르코틴이 연이어 발명된다. 일본 의사는 감기약 만들다 히로뽕을, 독일 바이엘 제약은 아스피린 만들다 헤로인도 찾아낸다. 약과 마약은 ‘한 끗’ 차이니까.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오후 지음
동아시아 발행ㆍ300쪽ㆍ1만5,000원
우리는 전쟁하듯 일해야 하는 ‘산업 전사’여서 그렇게나 담배와 술과 커피를 번갈아 입에다 꽂나 보다. 엘레우시스 밀교 축제,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 미 중앙정보국(CIA)의 마약 공작 ‘MK-Ultra’ 등 마약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버무려져 있다. 안심하라. 마약을 옹호하는 책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 입담을 보니 저자가 ‘약’ 좀 빨고 쓴 것 같긴 하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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