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속임수
권택영 지음
글항아리 지음ㆍ384쪽ㆍ1만8,000원
1990년대 한국에 포스트모던 바람을 끌어들였던 인문학자의 뇌 과학 이야기다. 논리적, 분석적 사고방식으로 인간을 분해해 재구성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 과학적 접근이다. 그런 접근의 궁극은 아마 인공지능(AI) 열풍 덕에 우리 귀에 익숙해진 ‘특이점’일 게다. 기계가 이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기쁨과 슬픔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란 스토리다. 반론은 숱하다. 이 책은 인문학자가 소설과 영화 등에 대한 얘기를 통해 AI의 가능성을 부인하는 이야기다. 인간의 두뇌 작동은 회로도를 오가는 것과 차원이 다른, 실제 세계를 허구와 가상의 세계로 재조직해내는 일이다. 고독, 착각, 후회, 집착, 공감 등의 활동을 이 책은 ‘속임수’란 키워드로 정리했다. 불가능에 가깝다고들 하는 AI 논의는 왜 흥미로운가. 이공계열은 꿈을 품고 연구를 진척시키는 목표가 생겨서다. 인문계열은? AI라는 인간의 대조군이 존재함으로써 인간의 본질을 둘러싼 질문과 대답이 더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이 책처럼 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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