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은 비록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완성도가 높은 따뜻한 청춘영화다.
비중을 막론하고 모든 캐릭터들에서 이토록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는 흔치 않다. 또한 각 캐릭터들에 혼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진정성이 느껴진다. 주인공 박정민과 김고은 외에도 고준과 신현빈, 김준한 등 다양한 배우들이 '변산'에 힘을 보탰다.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학수(박정민)의 친구들이다. ‘고향 친구 삼총사’를 연기한 배제기와 최정헌, 임성재는 개성과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다. 영화에서도 아낌없이 매력을 발산했지만, 실제로 보면 더 매력적인 그들이다. 연기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세 배우에게는 신선함과 넘치는 에너지가 내재돼 있었다.
스타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최정헌은 "학수라는 주인공이 금의환향 콤플렉스를 갖고 있다. 이 영화가 '청춘 3부작'이라 하지만 공감 할 수 있는 나이대가 내 또래나 그 위로 다양할 것 같다"며 "나도 스무 살 때 상경해 십 년간 서울 생활을 했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감정인데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입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배제기는 "'청춘 3부작'이라는 프레임을 떠나서 '동주' '박열' '변산' 세 작품의 공통점은 두 글자라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는 "'동주'는 청춘이 일제 시대에 저항하는 방식에 대해 논했고, '박열'은 그 시대의 힙합 정신이 묻어있다고 생각한다. '변산'은 이몽룡 콤플렉스라 하더라. 어린 친구들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성공하고 싶었던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다. 남녀노소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정헌은 "'박열' 때 무대인사와 '변산'의 차이점이 있었다. '변산'은 부모님 세대가 많더라. 그거에 뿌듯했다"며 "무대인사의 경우는 주연배우들의 팬들이 가득 메우는 게 보통인데, '변산'은 부모님 세대 분들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았다. 관객 나이대의 폭이 넓다 보니까 되게 뿌듯하더라"며 웃었다.

임성재는 "나는 '변산'이 너무 슬픈 영화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단순히 드러나는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데 이준익 감독님이 '학수가 자신의 흑역사를 마주해서 정면으로 악수를 하는 영화'라고 하셨다.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열 번 정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고 털어놨다.
이어 "'변산' 속 인물들은 다 속이고 산다. 학수도 그렇고 아빠도 자신을 속이고 미경이도 용대도 어느 정도 속이고 숨기고 사는 인물들인데, 그 와중에 선미는 거침이 없는 캐릭터 같다. 극 중 제일 솔직한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성재는 "나도 영화를 다시 보면서 왜 이렇게 어두웠고 사람들에게 창피할 부분, 못나 보일 거 같은 부분에 솔직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이만큼 공감을 살 수 있는 게 없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볼만한 영화라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세 배우에겐 부모님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변산' 개봉 이후 지인들과 함께 끊임없이 극장을 찾으며 응원을 했다. 배제기는 "부모님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아버지는 외국에 계셔서 못 보셨는데 어머니와 이모가 너무 재밌었고 감동적이라고 하더라. 영화를 보시고 울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위해 사투리 연기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같은 전라도 출신이라 해도 미묘하게 억양이 다 다르기 때문에 맞추는 과정이 필요했다. 최정헌은 "셋이 사투리를 맞추라고 해서 거의 매일 만나서 톤을 맞췄다. 집도 잠실로 이사를 했다"고 털어놨다.
배제기는 "김준한도 우리 집에서 10초 거리에 산다. 같이 만나서 밥 먹고 술 먹고 연기 얘기도 한다. 내가 다 꼬셨다. 김준한 배우가 이사 가야 한다고 하길래 잠실로 오라고 했다"면서 웃었다.
그는 "나 같은 경우, 서울에서 제일 오래 살았기 때문에 사투리를 준비하는데 있어서는 정헌 씨나 성재가 큰 도움을 줬다. 내가 부탁을 했다. 사투리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가자고 했다"며 "리얼함이 묻어있어야 하는 역할이라 영화에서 언어적으로 어색하면 몰입도를 깰 수 있으니까 사석에서도 사투리를 쓰자고 제안했다"고 회상했다.
이들은 무대인사도 누구보다 즐겁게 다녔다. 삼총사가 '변산' 무대인사의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했다.
평소에도 워낙 입담이 좋다는 임성재는 "내가 광주에서 지역방송 진행도 하고 사회도 많이 맡아봐서 부담을 덜 느낀다. 무대인사는 다섯 시간도 할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선사했다.
세 사람은 얼굴만 봐도 즐거운 친구들이다.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기보다는 배우로서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서로 배우고 보완해준다.
배제기는 "우린 항상 서로 연기할 때 웃는다. 영화에서도 셋이 나오면 하나로 보여야 한다. 나 혼자 돋보이거나 어느 한 명이 돋보이면 안 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서로 촬영이 끝나면 '오늘은 누가 집중적으로 보였으면 내일은 이렇게 하자'며 균형을 계속 맞추려고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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