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익 감독의 영화 '변산'은 비록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으나, 완성도가 높은 따뜻한 청춘영화다. 비중을 막론하고 모든 캐릭터들에서 이토록 감독의 애정이 묻어나는 영화는 흔치 않다. 또한 각 캐릭터들에 혼을 불어넣은 배우들의 연기 역시 진정성이 느껴진다. 주인공 박정민과 김고은 외에도 고준과 신현빈, 김준한 등 다양한 배우들이 '변산'에 힘을 보탰다.
영화에서 특히 눈에 띄는 건 학수(박정민)의 친구들이다. ‘고향 친구 삼총사’를 연기한 배제기와 최정헌, 임성재는 개성과 유쾌함으로 똘똘 뭉친 배우들이다. 영화에서도 아낌없이 매력을 발산했지만, 실제로 보면 더 매력적이다. 연기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신선함과 넘치는 에너지가 내재돼 있었다.
최근 스타한국과 만난 배제기(상렬 역)는 "영화를 더 많은 관객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변산’은 많은 관객들이 같이 봐야 더 재밌을 수 있는 영환데, 많이 접하지 못하신 것 같아 아쉬움이 좀 있다"며 웃었다.
최정헌(구복 역)은 "감동 위주나 드라마 형식의 영화면 혼자 보고 즐기는 게 좋을 수 있는데 코미디 영화는 웃는 포인트에서 누가 웃어줘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관객들이 많지 않으면 웃고 싶은 포인트에서 못 웃고 그러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임성재(석기 역)는 "이준익 감독님과 첫 작품을 했는데 난 그 동안 연극만 해서 상업영화에 대해 편견이 있었다. 감독님을 만나 (편견이) 말끔히 해소가 됐다"며 "배우를 믿어줘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 감독님은 충분히 믿어주고 자연스레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역량이나 환경에 대해서는 베스트 컨디션이었다"고 털어놨다.
배제기는 '박열;에 이어 이 감독과 두 번째 호흡이다. 그는 "감독님은 배우가 해석해오는 캐릭터에 대해 확실한 믿음을 주고, 최종적으로 배우가 발현할 수 있게 매듭을 지어주는 분"이라며 "연기를 할 때 워낙 자유롭게 열어주시고 현장에서도 너무 유쾌하시다. 배우들과 친구처럼 동료처럼 격 없이 지내다 보니까 더 현장이 자유로웠다"고 회상했다.
최정헌은 '동주'를 통해 이준익 감독과 인연을 맺었다. 학생 작품, 독립영화만 하다 첫 상업영화 입봉작이 '동주'였던 그는 "긴장도 되고 설렘이나 걱정이 컸는데, '동주' 첫 촬영 날 첫 신을 찍을 때 감독님이 마이크를 통해 칭찬을 해주시더라. '익환이 너무 좋아' 그 칭찬을 듣다 보니까 자신감이 올라갔다"며 "주눅이 들어있다가 칭찬을 계속 해주시니까 너무 기분 좋게 잘 마쳤다"고 밝혔다.
이어 "'박열' 때는 조직단체 역할이었는데, 감독님 의도와는 달리 대사가 분배가 되지 않고 그냥 쓰여 있었다. 나와 (배제기) 형 역할이 적었는데, 그 과정에서 감독님이 '누구의 대사고 이렇지 않게 써놨으니 너희끼리 분배를 잘해라'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최정헌은 "진짜 감독님이랑 세 작품을 하면서 평생 하고 싶을 정도로 너무 꿈 같은 시간이었다. 현장에 놀러왔나 싶을 정도로 너무 즐겁게 찍었다"며 웃었다.
'동주' 이후 '박열'은 이준익 감독의 연락을 받고 출연했지만 '변산'은 전적으로 최정헌의 열의로 캐스팅이 됐다.
그는 "형들이 이미 캐스팅 돼있었고 나는 고향이 전라도 전주이다 보니 이 역할이 하고 싶었다. 감독님이 처음엔 이미지와 맞지 않을 거 같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운이 좋게 마지막으로 골인을 하게 됐다. 계속 어필을 했다"고 고백했다.
배제기는 "감독님과 '박열'을 같이 하면서 소통할 수 있는 시간도 많았고, 내가 얼굴이 평범하진 않으니까 감독님이 '어디에 들어가도 어울릴 수 있겠다'고 판단하신 거 같다. 그래서 캐스팅을 해주신 듯하다"면서 웃었다.
임성재는 오디션을 보고 '변산'에 합류했다. 거기엔 박정민의 영향이 있었다. 그는 "'순정' 때 단역을 한 적이 있다. 같이 잔칫집에서 밥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박정민 씨가 이미지나 그런 걸 좋게 본 거 같다. 석기 역할을 구하는데 문득 떠올라서 내 이름도 번호도 모르는데 단순히 그 기억만으로 물어서 연락이 됐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임성재는 "(박정민이) '변산' 조감독님한테 말을 했는데, '순정' 팀에 오피셜로 연락을 해서 번호나 이런 걸 알아줬다. 이후에 오디션을 봐서 캐스팅이 됐다. 그때 나는 광주에 있었는데 영상을 찍어 보냈다"고 합류 과정에 대해 언급했다.
그때 임성재가 보낸 영상이 너무 훌륭해 배제기는 '긴장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세 배우는 촬영 기간 내내 서로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캐릭터의 매력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이 영화를 통해 세 사람은 '절친'이 됐다. 배제기의 집 근처로 모두 이사를 하면서 동네 주민이 됐다. 가끔 모여 술잔을 기울인다는 이들은 자나 깨나 연기 생각뿐인 진정한 배우들이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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