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노출•음주•애정행각 벌이면 벌금 부과
올 여름 스페인의 대표 휴양지 마요르카로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노출이 좀 덜한 옷 위주로 챙기는 게 좋을 것 같다. 마요르카의 주요 도시인 팔마 시 당국에서 관광객들의 옷차림과 행동거지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를 공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act responsibly)”는 표어를 내건 이 조례를 어길 경우 수백만 원 대의 벌금까지 물 수 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유명 관광지의 대응이 갈수록 강도를 높여가는 모습이다.
17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스페인 자치령 발레아레스 제도의 가장 큰 섬 마요르카의 항구도시 팔마 시는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활보하거나 과도한 음주와 애정행각 등을 저지르는 관광객들을 단속하기 위해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일종의 풍기문란 금지법인 셈이다.
지역 안전 문제를 담당하는 안젤리카 패스톨 지방 의회 의원은 “이 조례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경찰들이 현장에서 단속할 근거는 돼줄 것이다”며 “(관광객과 주민들이) 공존해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요르카 섬에서 관광객들에 대한 규제 조치를 당국 차원에서 시행한 것은 처음이다. 섬에 위치한 마갈루프 리조트의 경우 2017년부터 투숙객들에게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리조트 주변 해변 한복판에서는 남녀 관광객들의 과도한 애정행각 장면이 목격되는가 하면 SNS에 영상으로까지 유통되면서 지역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해왔다.
조례가 최종 승인되는 대로 경찰은 단속 활동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상반신을 노출한 채 돌아다니는 사람의 경우 최대 3,000유로(우리 돈 394만원)에 달하는 무거운 벌금을 물게 될 수 있다. 안토니 노게라 팔마 시장은 “팔마의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해나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규제하는 움직임들이 거세지고 있다. 관광객들의 범람으로 지역 주민들의 삶이 파괴되고 있어서다. 관광객 공포증을 뜻하는 투어리즘 포비아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도시의 경우 도심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회전문을 설치해 주민들만 들어갈 수 있도록 사생활 보호에 나섰고, 스페인 역시 급증하는 관광객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조절에 나섰다. 바르셀로나는 도심에서 숙박업소 신규 허가를 중단했고, 팔마 시 당국 역시 주택을 주민이 아닌 관광객에게 임대하는 ‘에어비앤비’ 영업을 최초로 금지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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