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20여년간 불법 방류 의혹
하천오염과 생태계 파괴 우려
정읍시, 배출량 파악조차 못해
전북 정읍의 골재선별 업체들이 골재 파쇄와 세척 후 나온 폐수와 슬러지(찌꺼기)를 국가하천인 정읍천으로 무단 방류해 심각한 하천오염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업체가 20여년간 이 같은 불법행위를 버젓이 일삼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인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단속권한이 있는 정읍시는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익산지방국토관리청과 정읍시 등에 따르면 망제동 등지에서 골재적치장과 선별파쇄를 하는 업체들이 흙과 자갈 등을 세척한 물과 슬러지를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고 인근 정읍천으로 불법 배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여년 전부터 정읍천 인근에서 골재적치장을 운영해온 A업체는 폐수와 폐토를 그대로 방류해 하천으로 향하는 주변 수로 500m가량이 흙탕물로 뒤덮였다. 수로 곳곳에는 떠내려가지 않은 폐토가 쌓여 있고 업체는 중장비를 동원해 수로 주변에 적치하기도 했다.
정읍천을 따라 A업체에서 4㎞가량 상류에 있는 B업체 사정도 마찬가지다. 골재 세척 후 발생하는 폐수와 폐기물을 온종일 하천으로 흘려 보낸 모습이 포착됐다. 업체들은 폐수 방류를 위해 영업장에서 하천으로 흐르는 수로까지 만들어 불법행위를 하고 정읍천 물을 무단으로 끌어올려 골재를 세척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폐수를 외부로 유출할 때에는 반드시 폐수 배출시설로 신고해 별도의 여과 시설을 갖춰야 하지만 대부분의 골재선별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고 하천 등으로 폐수를 그대로 흘려 보내고 있는 것이다. 폐수가 유입된 농수로는 정읍천을 따라 호남평야의 젖줄인 동진강까지 흘러 들어가고 있다. 흙탕물이 하천으로 유입되면서 토사가 쌓이고 저수생물과 어류에 영향을 끼칠 우려도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국가하천 관리감독기관인 익산국토청과 유지관리 책임이 있는 정읍시는 20년간 불법 방류한 폐수량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단속에도 미온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익산국토청 관계자는 “하천 오염원 관리는 자치단체에 있다”고 밝혔으며, 정읍시 관계자는 “지난 4월 해당업체 현장 조사를 통해 일부 불법행위를 적발해 과태료 처분을 했다”며 “폐수 불법 배출과 하천수 무단 사용 등 관련 의혹들에 대해 확인 조사를 하겠다”고 해명했다.
정읍=글ㆍ사진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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