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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태부족… 억울한 일 당해도 쉬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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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태부족… 억울한 일 당해도 쉬쉬했다”

입력
2018.07.18 17:27
수정
2018.07.18 21:4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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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아이 보낼 곳 적어 을의 입장

팔뚝에 시퍼런 멍 보고도 참아”

태백 특수학교 ‘예고된 비극’ 지적

2014년 아동 감금 제보도 나와

교육부, 전국 특수학교 인권 조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직교사가 지적 장애 여학생들을 수년간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강원 태백시 특수학교 사건은 예고된 비극이란 지적이다. 특수학교가 부족한 탓에 학부모들은 석연치 않은 일이 생겨도 따지지 못하고 분을 삭이는 일이 다반사인데다, 무자격자를 교사로 채용한 학교는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등 지방 소도시의 교육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18일 강원교육청에 따르면 이 학교 재학생 72명 가운데 성폭력 피해자 3명 등 50여명이 기숙사 생활을 했다. 주거지에 장애아를 교육할 학교가 없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나가라’고 하면 아이를 보낼 곳이 없기 때문에 억울한 일을 당해도 쉬쉬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하소연한다. 아이를 맡긴 부모는 ‘을’의 입장이라는 것이다. 한 학부모는”말썽을 피우지 말라며 아이들을 한대씩 때린 뒤 수업을 시작했다는 말을 듣고도, 아이의 팔뚝에 시퍼런 멍이 들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 사이 이 학교에서는 자격증이 없는 교사가 버젓이 직업교육을 하고, 심지어 성폭행 사실을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는 어처구니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2014년부터 여제자 두 명을 교실과 체육관 등지에서 수 차례 성폭행 한 혐의로 해당 교사 A(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7일 강원경찰청에 자진 출석해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19일쯤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서 열린다.

16일 강원 태백시청 브리핑룸에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16일 강원 태백시청 브리핑룸에서 성폭행 의혹이 불거진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경찰은 또 지난해 말 피해 여학생으로부터 성폭행 사실을 전해 듣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이 학교 교사에 대해 ‘성범죄 신고 의무 위반’으로 강원교육청에 과태료 처분을 의뢰했다. 강원교육청 관계자는 “성폭력 피해학생의 신고를 묵살한 것은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해임 등 중징계 처분을 학교법인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학교에서 2014년 4월 장애 아동 감금사건이 있었다는 제보 등 또 다른 의혹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사건을 계기로 전국 175개 특수학교에 상담전문가를 투입, 9월까지 장애학생 성폭력 등 인권실태를 전수 조사한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과 학교폭력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특수학교 안전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태백=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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