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서 발굴한 인골 분석 결과
620~659년 사망 50~70대男 추정
무왕 사망연도ㆍ나이 맞아떨어져
2년 만에 젊은 여성→ 남성 노인
전북 익산 쌍릉은 향가 ‘서동요’의 주인공인 백제 무왕(재위 600~641)의 무덤일까. 그럴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18일 서울 고궁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지난 4월 쌍릉 대왕릉에서 발굴한 인골과 나무 인골함을 공개했다. 연구소가 가톨릭의대 응용해부연구소에 의뢰해 인골 102개를 분석했더니, 620~659년쯤 사망한 50~70대 남성 노인 한 명의 뼈로 추정됐다. 나이는 가속질량분석기로 정강이뼈의 방사성탄소연대를 측정해 계산했다. 성별은 팔꿈치 뼈 각도, 발목뼈 중 하나인 목말뼈 크기, 무릎 부위의 넓적다리 뼈 너비 등을 토대로 추산했다.
641년 사망한 무왕의 출생 연도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무왕이 당시 왕실 전통 대로 10대에 왕위에 올랐다고 가정하면, 641년에 60대 전후였을 가능성이 크다. 무왕과 쌍릉 인골 주인의 나이가 맞아 떨어진다. 목 울대뼈가 있는 갑상연골이 상당히 굳어진 것, 골반뼈 결합면이 거친 것, 결합면에서 작은 구멍과 결절이 많이 발견된 것도 인골 주인이 노인이었다는 증거다. 이 때문에 그는 허리가 굳는 증상과 다리, 무릎 통증을 앓았을 것이다.
넓적다리 뼈 길이로 추정한 인골 주인의 키는 161~170.1㎝쯤이다. 조선시대 후기 남성 평균 키(161.1㎝)보다 크다. 삼국사기에는 무왕을 ‘풍채가 훌륭하고 뜻이 호방하고 기상이 걸출하다’고 묘사한 부분이 있다. 역시 인골 주인이 무왕일 가능성을 가리킨다고 부여문화재연구소는 주장했다.
인골에선 광범위특발성뼈과다증을 앓은 흔적이 나왔다. 이우영 가톨릭대 교수는 “유전 질환일 수도 있지만, 고칼로리 식사를 하는 노년층이 많이 걸린다”며 “인골 주인이 음식 섭취에 불편이 없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벼, 보리, 콩을 많이 먹었고, 어패류 같은 단백질을 먹었을 가능성도 확인됐다. 쌍릉 노인이 식량난을 모르고 산, 귀한 신분이었을 가능성을 보탠다. 골반뼈엔 ‘1’자 모양 상처가 남아 있다. 낙상 흔적이다. 3개월 만에 뼈가 다시 붙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직접 사인은 아니다.
쌍릉 대왕릉은 1917년 일제가 발굴했다. 당시 나온 유물을 2016년 국립전주박물관이 정리하면서 찾은 치아를 분석했더니, 20~40세 여성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쌍릉이 무왕의 무덤인지를 놓고 논란이 인 이유다. 이에 문화재청과 익산시 등이 지난해 쌍릉 재발굴을 시작했다. 대왕릉 무덤방 관 받침 위에서 인골함을 찾은 게 지난해 8월이다. 일제 조사팀이 서둘러 발굴조사를 마치는 바람에 인골함을 대왕릉 안에 두고 간 것으로 추정된다. 인골함에선 치아 2점이 새로 나왔다. 이 교수는 “새 치아는 위턱 뼈에서, 전주박물관이 분석한 치아는 아래턱 뼈에서 나온 것”이라며 “치아만으로는 성별, 연령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준 부여문화재연구소장은 “대왕릉의 무덤 구조와 규모, 무덤에서 나온 유물의 품격, 백제 시대상 등을 고려하면 대왕릉 주인이 무왕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백제 무왕의 무덤일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을 뿐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무왕 무덤이라는 결정적 증거가 여전히 없고, 도굴 때문에 엉뚱한 인골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인골의 부식이 심해 유전자 분석은 하지 못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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