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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0일 지났지만… ‘천안함’ 트라우마는 현재 진행형

입력
2018.07.18 15:08
수정
2018.07.1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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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장병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0년 천안함 사건 당시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 마련된 ‘천안함 46용사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장병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나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날, 바다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서해 백령도 인근. 전역을 두 달 앞둔 최광수(당시 병장)씨는 ‘스치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는 말년 병장임에도 함수(함교의 꼭대기)에서 당직 근무를 섰다. 순식간이었다. 1,200톤 초계함 ‘천안함’이 굉음과 함께 바다 위로 붕 떴다가 힘없이 침몰한 것은. 최씨는 당시 살아남은 58명 장병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2010년 3월 26일에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매년 3월이면 공기까지 다르게 느껴질 정도라는 게 최씨의 말이다.

천안함 사고 생존자가 사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최씨는 1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전역하고 1년 정도는 정확하게 뭘 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날 정도”라며 여전히 ‘천안함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고백했다. 최씨는 사고 당시 조타수로 배를 운전 중이었다. 현재는 프랑스 파리에서 유학 중이다.

최씨에 따르면, 침몰은 눈 깜짝할 새였다. 굉음과 함께 배가 오른쪽으로 90도 이상 기울었고, 장병들은 배의 오른편으로 튕겨져 나갔다. 창문을 타고 흘러 들어온 차가운 바닷물이 최씨의 발목을 와락 움켜쥐었다. 최씨는 “’CO2재킷’이라고, 터뜨리면 부풀어 오르는 구명재킷이 있다. 그걸 입고 간신히 배 밖으로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그때 누군가가 배 뒤편을 보면서 외쳤다. “함장님, 함미가 없습니다!” 두 동강 난 배의 뒤편은 이미 차가운 바다 아래로 잠겨 있었다. 최씨는 “저는 그냥 (그 순간) ‘전쟁이 났구나, 폭침이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일각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천안함 ‘좌초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최씨는 “사고 당시 한 천안함 탑승 장교가 구조를 요청하며 ‘배가 좌초됐다’는 표현을 쓴 사실 때문에 오해가 커진 것 같다”며 “해군이나 해상 생활을 하다 보면 ‘좌초’라는 단어는 ‘배가 움직일 수 없고, 운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그냥 통상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천안함 사고 순간이 여전히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천안함 폭침 순간을 잊어본 적이 없다”며 “(당시) 비명도 지르고, 패닉 상태에 온 동료들도 많았고, 또 피를 흘리는 동료도 있었다.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도 가끔 배가 어떻게든 침몰하는 그런 악몽을 꾼다”며 “(이게) ’꿈이다’라고 인식해도, 친구(장병)들을 구해내려고 해도, 계속 침몰하는 그런 꿈이다. (사고 후) 1년 동안은 (뭘 하고 살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고 뒤 정부의 대처는 냉정하다 못해 잔인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국군수도병원 2년 무상 치료, 예비군 훈련 2년 면제 등 정부는 사고 후 생존자들에게 다양한 사후 대책을 언급했지만, 정작 아무 것도 지킨 게 없다는 것이다. 최씨는 “국가로부터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나, 언론이나, 정부 관계자나, 정치를 하시는 분들이 전혀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최씨는 “우리처럼 그런 큰일을 겪은 장병들에게조차 당시 정부는 소홀하고,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그런 대우들이 앞으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법이 없다. 누군가 나처럼 이런 고통을, 버림 받는 고통을 당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양원모 기자 ingodzo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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